백두대간 보전법 국회 통과 여부 안갯속… 난개발 막을 환경적 잣대와 기준이 시급하다
민족정기의 상징이자 한반도를 한 품에 아우르는 생태축인 백두대간. 우리 국토의 대명사이자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진 우리 땅 뼈대의 고유명사다. 이 백두대간이 지금 새로운 역사의 문턱에 서 있다. 체계적 관리와 보전의 역사로 접어드느냐, 아니면 또다시 난개발 속에 신음해야 하느냐는 결정을 코앞에 두고 있다.
주무부서, 환경부냐 산림청이냐
백두대간의 지속적 보전·관리를 위한 ‘백두대간 보전법’의 국회 통과 여부를 두고 환경운동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관련 부처,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법사위 심의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안갯속에 싸여 있다. 주무부서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국회의원과 상임위, 관련 부처가 논란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보전법은 민주당 이정일 의원(농림해양위)과 같은 당 박인상 의원(환경노동위)이 각각 발의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애초 이 법안은 환경부와 산림청이 부처간 합의를 하지 못해 관련 국회 상임위 의원들을 통해 따로 의원 발의 되면서 논란이 돼왔다. 법안 발의는 2002년 4월 이 의원이 농림해양위에 먼저 올렸다. 이후 공청회와 관계부처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질 듯 보였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주무부서를 어디로 할 것인가를 두고 환경부와 산림청의 신경전이 본격화하면서 법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환경노동위 소속 박 의원을 통해 지난 4월 또 하나의 법안을 냈다. 이 의원이 낸 법안 내용과 별다른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실 어느 부처를 주무부서로 하느냐는 논란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는 자연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부서로 한반도 자연 생태계에 관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 관리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기 때문에 백두대간의 전체적인 보전과 관리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산림청 역시 국토의 산림을 관리 보전하는 책무가 있다. 또 현재 주요 산림지역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조직과 인력이 갖췄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합의 도출에 실패해온 두 부처는 최근 “원칙과 기준 수립은 환경부가 하고, 집행은 산림청이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논란의 핵심이던 ‘소관부처 지정’ 문제는 16대 국회에서 공동 법령으로 통과시킨 뒤 나중에 다시 정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미묘한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룬 셈이다. 부처간 합의까지 성공했지만, 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먼저 이 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2개의 해당 상임위인 농림해양위(위원장 이양희 자민련 의원)와 환경노동위(위원장 송훈석 민주당 의원)가 단일 법안을 만들어 법사위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백두대간은 왜 중요한가
백두대간 보전법은 법의 이름이 어떻든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용적으로 기존의 자연환경보전법·산림법·자연공원법 등보다 우선적으로 적용 시행될 수 있다. 국토 전체를 아우르는 환경 관련 법률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될 수 있다. 또 통일 시대에 대비해 700km에 이르는 국토 전체를 망라하는 상징적인 법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민족의 공간적 실체인 우리 국토에서 가장 핵심 줄기는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의 상징적 의미는 이미 1천년 전인 후삼국 시대에 고승인 도선국사가 언급한 바 있다. 남과 북 모두 주요 수계의 발원지가 백두대간에 망라되어 있어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산과 하천의 결정적 경계, 출발과 끝이 모두 이곳에서 직접적으로 펼쳐진다. 따라서 이 법은 백두대간이라는 상징성을 넘어 실제 국토를 관리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지리산과 설악산이 각각의 지역으로 고립되어 관리되느냐 아니면 비무장지대부터 지리산까지 하나의 살아 숨쉬는 생명의 보고로 관리되느냐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통일 이후에는 백두에서 지리산까지 하나의 생명 줄기로 전 민족의 합의 속에 가꾸어질 수 있느냐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의 기본축이기도 하다. 주요 멸종위기종과 온갖 희귀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이동통로다. 백두대간에는 국내의 20개 국립공원 가운데 7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20개의 국립공원 가운데 16개가 산악형임을 고려할 때 백두대간의 생태적 가치를 단박에 알 수 있다.
대규모 난개발 30개 사업 중 국책사업 22개
그러나 백두대간은 현재 각종 난개발로 숨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도로·철도·터널·댐·광산·폐광·위락시설·스키장·골프장·군사시설·송전탑 등 국책사업이나 대형 개발사업으로 심각한 훼손을 겪고 있다. 백두대간 일대의 대규모 난개발 현장은 대략 30여곳(표 참조)이나 된다.
다양한 개발사업이 백두대간의 산림을 대규모로 훼손하면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이들 개발사업에 대한 법적 규제가 거의 없고 복원과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대규모로 백두대간의 산림훼손을 일으키는 사업들이 대부분 국책사업으로 국가기관이 시행하고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즉, 백두대간 산림훼손의 주범이 산업자원부·농림부·국방부 등 정부부처와 농업기반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전력공사 등 정부산하기관과 공기업의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녹색연합 자료에 따르면 30곳의 대규모 난개발 사업 가운데 국책사업이 22곳이나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 체계로는 국책사업의 경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 하여 환경적으로 예외 적용을 두는 바람에 대규모 산림벌채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제대로 통제·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 훼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 엄격한 환경적 잣대와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백두대간의 보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백두대간을 훼손하면서 민간업자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욕구와 개발 사업들을 규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백두대간 보전법이다.
백두대간 보전법은 우리나라 환경의 역사, 자연의 역사, 국토의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획기적인 법이다. 아직은 국민들이나 언론조차 이 법이 통과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제 어떤 파급효과를 나타내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작은 여러 지역이 큰 하나로 통합되는 국토관리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예는 외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국토관리의 새로운 전형이다. 국토계획이나 관리의 경험이 우리보다 수십년 앞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없었던 법이다. 유일하게 백두대간처럼 국토 전체를 조망한 곳은 오스트레일리아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연방국립공원청은 지난 2000년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각각의 국립공원을 우리의 백두대간처럼 연결해 여러 개의 국립공원을 하나의 대규모 축선이자 벨트로 묶어서 관리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역시 국립공원 정책의 일부로 출발했을 뿐이고, 우리의 백두대간처럼 1천년 역사가 서린 민족적 정신과 역사가 배어 있는 것은 아니다. 바야흐로 민족정기와 우리 땅에 대한 조상의 슬기와 지혜가 농축된 정신적 자산이 현실의 국토관리에서도 보배로 자리잡을 분기점이 다가오고 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kioyh@greenkorea.org

△ 살아 있는 자연박물관 전봉산 천연림을 훼손하며 들어선 한전의 양양-양수댐 전경.
사실 어느 부처를 주무부서로 하느냐는 논란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는 자연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부서로 한반도 자연 생태계에 관한 정책과 계획을 수립 관리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기 때문에 백두대간의 전체적인 보전과 관리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산림청 역시 국토의 산림을 관리 보전하는 책무가 있다. 또 현재 주요 산림지역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조직과 인력이 갖췄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합의 도출에 실패해온 두 부처는 최근 “원칙과 기준 수립은 환경부가 하고, 집행은 산림청이 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논란의 핵심이던 ‘소관부처 지정’ 문제는 16대 국회에서 공동 법령으로 통과시킨 뒤 나중에 다시 정하기로 합의했다. 가장 미묘한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룬 셈이다. 부처간 합의까지 성공했지만, 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먼저 이 의원과 박 의원, 그리고 2개의 해당 상임위인 농림해양위(위원장 이양희 자민련 의원)와 환경노동위(위원장 송훈석 민주당 의원)가 단일 법안을 만들어 법사위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 백두대간 환경파괴의 제1주범으로 꼽히는 라파즈한라석회석 광산 전경. 최근 추가 개발이 허가됐다.

△ 덕항산 광산. 곳곳이 광산으로 파헤쳐지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종주할 때는 볼 수 없다. 오직 하늘에서만 볼 수 있다.

△ 백두대간을 흘러가는 월악산 자락 곳곳에도 수종 갱신이라는 미명 아래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