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 웅비호, 세계를 날아라!
등록 : 2000-11-07 00:00 수정 :
“일반 조종사는 전쟁에 대비하는 훈련을 하지만, 시험비행 조종사는 매일 실전을 합니다.”
다른 운송기기와는 달리 항공기는 작은 오류에도 사람의 목숨이 오고간다. 그래서일까. 국내 최초의 항공기 웅비(雄飛·KT-1)의 시험비행 조종사인 온용섭(37) 소령은 “매번 비행할 때마다 ‘다시 땅을 밟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시험비행 조종사”라고 말한다.
그가 처음 웅비호와 연을 맺은 것은 94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국제시험비행학교(National Test Pilot School)에서 석사를 받은 직후였다. 90년대 초만 해도 시험비행 때마다 하루 일당을 1천달러씩 주고 외국에서 조종사를 불러와야 할 정도로 시험비행 인력이 적었다. 온 소령이 교육을 마치자마자 웅비호 시험에 불려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6년 동안 그는 웅비호와 문자 그대로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웅비는 중력의 7.5배에서 마이너스 3.5배까지 견딜 수 있다. 바꿔말하면 조종사 역시 그만큼을 견딜 수 있어야 웅비를 시험할 수 있다는 소리다. 중력이 많이 걸리는 경우는 급하게 하늘을 향해 치솟을 경우인데, 이때 비행기 자체의 내구성도 시험받지만 타고 있는 사람도 무척 괴로워진다. 머리에 있는 혈액이 일제히 발바닥쪽으로 내려가면서 눈에 있는 핏기가 빠져버린다. 이때 눈앞이 깜깜해지는 현상을 블랙아웃이라고 한다.
“비행 한번 하고 나면 옆구리며 팔다리의 실핏줄이 터져서 울긋불긋합니다. 일주일 정도 있어야 없어지죠.”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험과정을 거친 웅비는 현재 스페인의 동급항공기 PC-9이나 영국의 쇼투카노(shorttucano)에 비해서 성능이 월등하다고 한다. “현재 동남아 국가와 수출 상담중이랍니다. 이미 시험비행을 1600회 이상 했으니 안전한, 특히 마약퇴치를 위한 소규모 전투에서 헬기나 세스나보다 낫거든요.”
아들 같다는 웅비호 자랑에 여념이 없던 온 소령은 뒤를 이을지도 모르는 아들 온아한(9) 이야기도 덧붙인다. “집에 있는 컴퓨터로 비행기 시뮬레이션도 하고, 벌써부터 비행기를 좋아하는 게 보입니다. 조종사요? 자기가 원한다면 시켜야겠죠?”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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