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 안전 무시하고 치러지는 코리아 에어쇼… 환경단체의 대책 촉구에도 전시성 행사에 골몰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로 인해 시민들의 안전과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 부산 해운대 근처에서 열리는 코리아 에어쇼 때문이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심 한가운데서 상당한 소음과 진동을 유발하는 전투기의 곡예비행이 펼쳐질 예정이다. 더욱이 급상승과 급강하 등 보통의 비행보다 고난도의 비행이기 때문에 위험도도 훨씬 높다.
그럼에도 안전과 환경에 대한 구체적 대책 없이 행사는 열릴 예정이다. 11월4일부터 9일까지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와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등에서 열리는 전시행사는 벡스코에서 진행하고 곡예비행은 해운대 앞바다에서 이루어진다. 행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방부, 육·해·공군본부 등이 후원한다. 행사 대회장은 고건 국무총리, 부대회장은 국방부 장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이 각각 맡는다. 행사의 가장 핵심인 곡예비행은 공군에서 지원하고 있다.
주민 고통받아도 행사만 치르면 된다?
형식적으로는 민간이 주관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모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행사다. 그런데 행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그리고 위험한 비행에 따르는 추락이나 그 밖의 불상사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행사 조직위를 비롯해 국방부에서는 소음대책을 세워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음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소음측정을 통해 가능하다. 즉, 행사 리허설의 일환인 연습비행 때 주변 고층건물·학교·공공시설·병원 등 소음에 민감하거나 영향이 큰 곳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비행 때 소음이 얼마나 발생하는가를 모니터하고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사전조사를 통해 소음의 법정규제치를 초과했는지를 검토해 소음을 줄이는 방안을 세우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것이 정상적인 소음대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닷가로 비행공역을 바꿨다는 것으로 소음대책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1년 9월 경기도 성남비행장에서 열린 서울에어쇼 때도 이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차세대 전투기들의 곡예비행으로 약 일주일 동안 성남시를 비롯한 인근 서울 강남 일대의 시민들이 소음에 시달렸고, 이에 따른 민원이 쏟아졌다. 곡예비행이 펼쳐졌을 때 근처 학교 교실 안에서 측정한 소음이 100데시벨(db) 가까이 됐다. 이는 법정규제치(85db)를 훨씬 초과하는 소음이었다.
학생들의 수업방해는 물론 근처 지역주민들이 상당수 소음 고통으로 시달렸다. 그럼에도 국방부나 환경부 등 주무부처나 관련 부처는 제대로 된 소음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행사 이후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항의로 에어쇼 소음대책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 열리는 에어쇼 행사 때는 실질적인 소음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이 지나 다시 열리는 부산에어쇼에서도 소음대책의 가장 기본적인 준비인 소음측정이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다. 적어도 연습비행 때 소음측정을 통한 과학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은 일절 무시되고 있다.
아울러 부산에어쇼는 소음 이외에 안전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본래 에어쇼는 비행기나 전투기의 기동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에 해당하는 위험한 영역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에어쇼 과정에서 무수한 사고가 발생했다. 에어쇼의 역사는 추락과 사고의 역사다.
지난 1988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세계 각 국에서 진행된 에어쇼에서 160여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500명이 넘는다. 대표적인 사고로는 88년 이탈리아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제트기가 떨어져 50명이 죽고 50명이 부상한 것을 비롯해 역사상 최악의 에어쇼 참사로 기록되는 2002년 7월27일 우크라이나 참사, 같은해 10월1일 인도 서부 고아주이 사고 등이 있다.
우크라이나 참사는 러시아제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저공비행 시험을 보이다 관중석으로 추락해 85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초대형 사고였다. 에어쇼 사고의 경우 사고가 난 비행기 대부분은 군용 전투기였다. 더욱이 이번 부산에어쇼의 주요한 곡예비행을 맡을 공군의 블랙이글비행단의 경우 지난 88년 5월8일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물로2리 근처 야산에 A37전투기 1대가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조종사는 추락 현장에서 사망했고 날개끼리 충돌한 다른 비행기는 비상탈출했다. 당시에는 다행히 야산으로 떨어져 민간인 등의 인명피해나 가옥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구밀집 지역에서 곡예비행을 한다. 특히 해운대는 해안가에 호텔·콘도·오피스텔·아파트 등 높이 솟은 대형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안전 우려에 대해 조직위쪽은 “곡예비행이 육지에서 500m 떨어진 상공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조종사들이 훈련을 잘 받았고 비상 상황이 생겨도 바다로 비행기를 유인하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바다에서 육지까지 500m 정도의 거리에서 초저고도로 비행하지 않을 경우 급상승이나 급강하 등 기동비행을 하다가 항로를 이탈하게 되면 얼마든지 육지로 들어갈 수 있다. 또 추락과 비슷한 비상 상황일 때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 해도 추락지점을 정확히 찾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곡예비행처럼 위험한 비행일 때는 더욱 그렇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없는가
에어쇼가 군의 불가피한 작전이나 훈련이라 하더라도 수십만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도심에서 전개된다는 것에는 논란이 뒤따른다. 더욱이 국무총리가 대회장으로 추진하는 행사라는 데서 허탈감은 크다.
지금도 전국의 20개가 넘는 전투비행장과 공대지 사격장 지역에서는 군 항공기의 소음과 진동으로 수십만명의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보상과 소음대책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게 추진될지 의심스럽다. 부산에어쇼에서 나타나듯 전투기로 인한 소음문제나 주민안전 문제에서 국방부나 정부의 기본적인 자세와 접근 태도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비행을 통한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만 골몰할 뿐, 그것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거나 위험에 시달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kioyh@greenkorea.org

사진/ 에어쇼가 시민들의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11월4일부터 6일 동안 코리아 에어쇼가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열린다.
행사 조직위를 비롯해 국방부에서는 소음대책을 세워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음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소음측정을 통해 가능하다. 즉, 행사 리허설의 일환인 연습비행 때 주변 고층건물·학교·공공시설·병원 등 소음에 민감하거나 영향이 큰 곳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해 비행 때 소음이 얼마나 발생하는가를 모니터하고 대책을 세우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사전조사를 통해 소음의 법정규제치를 초과했는지를 검토해 소음을 줄이는 방안을 세우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것이 정상적인 소음대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바닷가로 비행공역을 바꿨다는 것으로 소음대책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1년 9월 경기도 성남비행장에서 열린 서울에어쇼 때도 이런 논란이 일었다. 당시 차세대 전투기들의 곡예비행으로 약 일주일 동안 성남시를 비롯한 인근 서울 강남 일대의 시민들이 소음에 시달렸고, 이에 따른 민원이 쏟아졌다. 곡예비행이 펼쳐졌을 때 근처 학교 교실 안에서 측정한 소음이 100데시벨(db) 가까이 됐다. 이는 법정규제치(85db)를 훨씬 초과하는 소음이었다.

사진/ 눈으로 즐기다 귀가 멀게 된다면…. 지난 2001년 경기도 성남비행장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차세대 전투기들이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한겨레 이정용 기자)

사진/ 지난해 10월 인도 서부 고아주 바스코 주택가에 에어쇼를 펼치던 러시아제 수송기가 추락했다.(AFP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