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지친 이들에게 연극을”
등록 : 2003-10-30 00:00 수정 :
스크린에서는 선이 굵어 강해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직접 보면 얼굴 모양이 갸름하니 곱다. 배우
김갑수(46·배우세상 대표)씨는 마음결도 그렇다. 달동네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해온 서울 봉천동 ‘나눔의 집’ 홍보대사인 그는 요즘 낮과 밤을 다투며 ‘연극을 세상과 나누는’ 작업에 빠져 있다.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나눔의 집’은 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그룹홈, 장애인을 위한 직업센터, 노인의 집, 어린이집 등의 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김씨는 ‘나눔의 집’과 함께 전국을 돌며 가난한 이웃들에게 창작 연극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가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월. “처음으로 ‘나눔의 집’을 찾아갔다가 1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방에서 서너 식구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온 뒤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죠. 결국 은행계좌에 후원금 몇푼 넣는 일말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 연극을 통해 이들과 함께하기로 결심했어요.” 먹고사는 걸 도와주는 생계 지원 외에도 메마른 마음에 정서적 윤기를 줄 수 있는 ‘문화복지’가 절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1월23일~12월25일 서울·부산·김천·광주·인천·과천·평창·제천·마산·전주 10개 도시를 도는 숨가쁜 무대에 오를 연극의 이름은 <통북어전>. 재벌 회장 통북어씨와 그 주변의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는 얘기가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배우세상의 단원 18명말고도 직접 관객이 무대에 서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무료 공연이지만 그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위문공연 같은 형태는 질색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자활의욕 고취를 위한 저소득층 문화공연’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계몽극이나 목적극 같은 건 아닙니다. 생전 처음 연극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연극을 보여주고 싶어요.”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