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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발렌티나 마트비엔코] ‘페테르부르크’가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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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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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발렌티나 마트비엔코(AP연합)
러시아 제2의 도시, 흔히 ‘북방의 수도’라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탄생해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10월15일 취임해 시장업무에 본격돌입한 발렌티나 마트비엔코(54) 시장은 비록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저조한 투표율로 당선됐지만 여러모로 주목할 인물이다. 시장선거가 처음 공고되었던 지난 9월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인적인 적극 지지를 표명할 정도로 마트비엔코는 신임을 얻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시장 자리도 일찌감치 따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마트비엔코의 화려한 정치경력은 옛 소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처음 마트비엔코가 입문한 곳은 정치와는 거리가 먼 레닌그라드 약학대학이었다. 약대 졸업 뒤 마트비엔코는 전공을 180도 전환해 당시 공산당 산하 사회과학아카데미에 들어가 본격적인 정치수업을 쌓았다. 이후 그는 외교아카데미에 진학해 이곳에서 고급 외교 지도자 양성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고, 당의 주요 요직을 맡으면서 정치판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마트비엔코의 정치적 상승에는 실력도 있지만 운이 따랐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에겐 옛 소련이 해체되던 1989년 현대 러시아에서 최초로 소집된 미국의 상원격인 연방최고위원회에 여성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선출되는 행운이 있었다. 그 뒤 옐친 정부 시절 말타와 그리스에서 오랫동안 대사로 지내면서 중앙 정치판에서 부닥칠 법한 각종 정치바람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또 다른 행운으로 간주되고 있다.

마트비엔코의 화려한 복귀는 그가 옐친 정권 말기 사회문제 담당 부총리로 임명되면서부터다. 그 뒤 중앙 정계에서 여성으로서는 유일한 고위직 관리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푸틴 집권 이후에도 자리를 계속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가 레닌그라드 학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동향 출신 푸틴 대통령의 신임은 그가 올 3월 서북관구대통령특사로 임명되면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제정 러시아 시절 여황제들의 파워가 막강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에 현대 러시아 최초 여성시장이 탄생하면서 향후 그의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도 흥밋거리다. 평소 연방정부의 기능을 상당부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전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마트비엔코의 의지가 얼마나 구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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