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8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여인이 임신을 했다. 아이들 중 3명은 청각장애아이고 2명은 시각장애아이며 1명은 정신지체아였다. 여인은 또 매독에 걸린 상태다. 과연 그녀는 임신한 아이를 낳아야 할까, 아니면 낙태를 해야 할까?” “이 질문의 답으로 만약 ‘낙태’를 선택했다면 그 사람은 ‘악성 베토벤’을 죽인 것이다.”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얘기인데도 건조하지 않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잘못된 순간의 선택이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선택은 심사숙고해서 내리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옳다고 여기는 것이 결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게 선택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선택도 적지 않아, 혹시라도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은 없는지 늘 주위를 둘러보는 게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선택을 강요받으며 사는 것을 유쾌하게 생각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의 느닷없는 재신임 요구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선택을 강요한다.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동정과 연민이 앞서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1년도 채 안 돼 ‘못해먹겠다’고 보따리 쌀지 여부를 국민들에게 다시 묻고 있는 게 어리둥절할 뿐이다. 극에 달한 정치권의 갈등양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경은 불안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우리에게 이라크 전투병 파병 여부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파병을 둘러싸고 이념갈등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우리 사회가 열병을 앓고 있으나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 조사단을 꾸려 이라크 현지에 보냈는데, 겉핥기 부실조사 논란에 휩싸여 선택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나라가 아닌가.
재독학자인 송두율 교수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를 ‘이 땅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지를 선택해야 한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그를 추방하는 문제는 국민여론을 감안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기소와 추방이라는 ‘이중처벌’의 부당함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고 ‘기소=추방’이라는 등식으로 송 교수 파문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때가 된 것은 아닌지, 유일한 재테크 수단인 아파트를 지금 팔아야 하는지, 몇년째 취직이 안 되는데도 취업준비를 계속해야 할지, 건강을 위해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등등. 고된 삶을 살기 위한 자발적인 선택도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어쩌다 우리는 이처럼 무거운 선택들을 강요받는 사회에 살게 되었는지 안타깝다.
최근 네덜란드의 요한 프리소 왕자가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더라도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한 선택처럼, 때로 선택은 파격과 잘 어울린다. 깊어가는 가을에, 그런 선택의 원천은 무엇이고 비록 강요된 선택이지만 우리는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네덜란드의 요한 프리소 왕자가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더라도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한 선택처럼, 때로 선택은 파격과 잘 어울린다. 깊어가는 가을에, 그런 선택의 원천은 무엇이고 비록 강요된 선택이지만 우리는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