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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김철진] ‘연출’을 거부하는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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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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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김철진(44) 책임PD는 한국 방송 역사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내레이션과 자막을 쓰지 않고 인터뷰로만 이뤄진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9월21일부터 10월12일까지 4부작으로 방영된 다큐 프로그램인 <가족>에서다. 김 PD는 후배 PD 2명과 함께 작업한 이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대상자들과 1대 1로 인터뷰한 내용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내레이션과 자막은 전혀 쓰지 않았다.

“처음으로 시도하는 형식이라서 윗분들도 모두 걱정하고 과연 방송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인터뷰와 인터뷰 사이에서 잘 연결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자막이나 내레이션이 들어가 설명을 하는 것이 수십년 동안 해온 관행이었는데 그걸 안 하기로 했으니까 편집할 때도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죠. 첫 방송 며칠 전에 밤을 새워 편집을 하면서도 이게 과연 전파를 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죠.”

막상 뚜껑이 열리자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시청자들한테서는 “깔끔하다” “신선하다” “진솔하고 감동적이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방송사 안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다는 평이 나왔다. 제작팀은 이 형식이 다른 프로그램에도 폭넓게 쓰일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보고서도 작성 중이다.

김 PD와 제작팀은 꼬박 석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뷰를 해왔다. 4~5시간 정도 인터뷰한 인물이 800명을 넘었다. 인터뷰 시간이 길어진 것은 “(가슴)속에 있는 얘기를 끄집어내는 데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프로그램을 보면 등장인물의 상당수가 ‘PD들의 눈물샘 자극’에 자기도 모르게 넘어가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다큐멘터리인데 여러 가지 ‘장치’를 자꾸 쓰게 되면 시청자들에게는 몸에 안 좋은 ‘사탕’을 주는 셈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다큐멘터리와는 자꾸 멀어지게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문화방송은 이번에 방영된 ‘어머니와 딸’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1·2편) 편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 내년 설 방영을 목표로 가족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다.

글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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