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 95% 이상을 나무병풍으로 둘러싼 일본 아키타현… 해안림학회와의 현장토론회도 활성화돼
태풍과 해일은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재해임이 틀림없다. 태풍 ‘매미’는 이같은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으면 웬만한 예방조처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최근 해안지역의 근본적인 재해예방 조처 가운데 하나인 해안림 관리의 모범국가 일본을 다녀왔다. 이번 답사는 일본 본토 최북단인 동북지방의 아키타현 일대의 해안림에서 이뤄졌다.
200년 역사를 지닌 ‘바람의 송원’
아키타현은 동해와 접하고 있는 지역으로 사계절 바다에서 강한 비바람이 수시로 몰아친다. 여름이면 태풍의 길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18세기부터 지역주민들은 스스로 해안림 조성에 나섰다. 태평양전쟁 이후에는 지자체와 주민이 함께 조직적인 해안림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현재 아키타현 전체 해안선의 95% 이상이 해안림으로 꾸며졌다.
아키타현의 가장 대표적인 해안림은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시로시 ‘바람의 송원(松園)’이다. 지역주민들은 18세기 초 50여년 동안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자발적으로 숲을 조성했다. 그 뒤 한때 숲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나무를 마구 벌목해 땔감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자 다시 재해가 심해졌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1822년부터 2년 동안 12만 그루의 어린 나무를 추가로 심었다. 이곳에는 적송, 해송, 삼나무 등 76종의 나무가 살고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치 백두대간의 한 숲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울창했다. 흥미롭게도 이곳 키 큰 나무는 대부분 바다 방향으로 20도 정도 휘어져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바람을 맞으면서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느라 휘어져버린 것이다. 숲 전체가 마치 훈장처럼 휘어져 있었다. 탐방로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이곳은 재해예방은 물론이고 근처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공급하며 체육활동과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1석3조의 기능인 셈이다.
바람의 송원 주변에는 1960년대 이후 조성한 해안림도 있다. 노시로시 동부화력발전소 일대의 ‘가제노송원’이 그곳이다. 바람의 송원과는 생태적으로 연결된 지역에 해당하는 곳이다. 화력발전소 주변에 해송으로 이뤄진 대규모 숲이다. 27km의 해안선을 따라 90만평가량의 해송숲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경관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한다. 30년 전 바로 전 세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이제 시민의 쉼터로, 녹지대로 톡톡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곳 지방정부는 방재와 농지·택지 보호라는 구호 아래 가제노송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로운 해안림 조성방법에 대한 연구와 실험, 모니터와 관찰에 쓰이는 예산을 아끼지 않고 지원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기존의 해안림 조성기법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의 해안림 조성기법을 연구하는 곳으로 이름나 있다.
숲은 인간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
아키타현의 남아키타군 일대에도 해안림이 잘 보전돼 있다. 논농사를 하는 농경지를 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조성한 숲이다. 30년 전 조림된 이곳은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가치에 주목해 갈참나무, 신갈나무, 너도밤나무, 느티나무 등 활엽수를 심은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해안 90% 이상은 숲으로 조성돼 있다. 태풍과 해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섬나라라는 자연지리적 요건이 전국시대부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배경이 됐다. 또 일본의 해안지역 대부분은 논농사를 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바람이 불면 염기가 섞여 날아와 벼에 직접 피해를 주고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이 해안림이 발전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안림이야말로 재해에 대한 직접적 방어이자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대응이었다.
일본 해안림 발달에는 일본해안림학회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삼림 관련 학과 교수들을 비롯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 공공연구소 연구원, 관련 기업 임직원, 환경단체 관계자가 참여한다. 1년에 한번 모이는 정기학술대회 때는 반드시 현장토론회를 열어 각 지역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고 자기 지역의 해안림과 비교한다. 일본해안림학회와 학술교류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인 강원대 전근우 교수(산림자원학과)는 “숲을 잘 관리·보전하면 자연이 인간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해안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일본 해안림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닌 숲이 일부 존재한다. 신라시대부터 재해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하고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숲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것이 경남 함양군 함양읍 일대의 ‘함양상림’인데, 이곳은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강가의 범람으로부터 마을과 농경지를 지키기 위해 수해 방지용으로 조성했다. 지금은 비무장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활엽수림이 함양읍내의 평야지대에 펼쳐져 있다.
또 생태와 안전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해안림도 일부 지역에 남아 있다. 특히 태풍 매미 때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남해시 삼동면 물건리의 ‘어부림’(천연기념물 제150호)이다. 어부림은 느티나무를 비롯해 팽나무·수리나무 등 10여종의 활엽수림 2천여 그루가 어우러져 있다. 이번 태풍 때 바닷가 선박은 피해를 입었지만, 어부림 뒤쪽의 주택과 농경지는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해안림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생생히 입증했다.
아키타= 글·사진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kioyh@greenkorea.org

사진/ 노시로시의 동부화력발전소 일대 가제노송원 전경.
아키타현의 가장 대표적인 해안림은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시로시 ‘바람의 송원(松園)’이다. 지역주민들은 18세기 초 50여년 동안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자발적으로 숲을 조성했다. 그 뒤 한때 숲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나무를 마구 벌목해 땔감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자 다시 재해가 심해졌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1822년부터 2년 동안 12만 그루의 어린 나무를 추가로 심었다. 이곳에는 적송, 해송, 삼나무 등 76종의 나무가 살고 있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마치 백두대간의 한 숲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울창했다. 흥미롭게도 이곳 키 큰 나무는 대부분 바다 방향으로 20도 정도 휘어져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바람을 맞으면서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느라 휘어져버린 것이다. 숲 전체가 마치 훈장처럼 휘어져 있었다. 탐방로와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이곳은 재해예방은 물론이고 근처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를 공급하며 체육활동과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1석3조의 기능인 셈이다.

사진/ 일본의 대표적 해안림인 노시로시의 ‘바람의 송원’. 울창함이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비교할 만하다.

사진/ 해안림 연구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아키타현에서 직접 관리·실험·연구하고 있는 해안림 묘목 연구배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