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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일녕] “당신의 돈을 뚫어지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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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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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준 사람 눈치 보지 말고,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갈수록 위조지폐가 늘어나는 데 대해 유일녕(49) 한국조폐공사 위조방지센터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그는 지난 1975년 조폐공사에 입사해 89년부터 위조방지 연구를 해온 사람이다. 그러니 그동안 나온 위폐는 거의 모두 그의 최종감식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조폐공사가 화폐나 유가증권 등의 위·변조를 사전에 막기 위해 설치한 ‘위조방지센터’의 초대 센터장이 됐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지폐를 흑백 복사한 뒤 파스텔로 칠하는 유치한 수준의 위폐가 대부분이었는데,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요.” 스캐너와 컬러프린터 기술의 발달이 그에게는 오히려 고민거리다. 요즘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한 위폐는 일반인의 눈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위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발견된 위·변조 지폐는 1931장(616종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42장(203종류)보다 69.1%나 늘었다.

하지만 일반인이라고 해도 한두 가지만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위폐 여부를 가릴 수 있다고 한다. 만원권의 경우 세종대왕 초상 왼쪽에 반투명하게 인쇄된 초상이 스캐너를 이용해서 위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은분 점선도 복사나 프린터 인쇄를 하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 밖에도 지폐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위조 방지를 위한 특수장치가 10가지나 들어 있다. 그래서 대량으로 위폐를 제조해 유통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유 센터장의 걱정은 그것보다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에서 컬러프린터로 위폐를 만들어 유통시켰다가 범법자가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데 있었다. 우리나라 형법은 위폐를 만들어 유통시킬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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