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수] “화살 걱정 없이 활 쏴봤으면…”
등록 : 2003-10-02 00:00 수정 :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197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개인과 단체전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독식하며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대표팀이 개인전 금·은·동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그런데 양궁에서 한국 대표팀 못지않게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는 팀이 또 있다. 바로 한국 장애인양궁대표팀이다. 지난 9월5일부터 열흘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4회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장애인양궁대표팀은 금3, 은1, 동1을 따내며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남자 휠체어 부문에 출전한
이억수(48·보훈병원)씨는 개인전 종합과 90m에서 각각 1272점과 308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정부는 장애인 양궁 세계선수권자에게 연금 혜택을 주지 않는다. 일반 양궁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에게는 매달 35만원의 연금이 지급된다. 장애인 양궁 선수권자에게는 올림픽대회 출전 자격만 주어질 뿐이다. 게다가 실업팀이 없어 훈련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양궁은 장비가 비싸기로 소문난 종목이다. 특히 화살이 1촉에 5만원이나 하는데, 분실하거나 부러지기 쉬워 연습할 때 돈이 많이 든다. “화살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죠. 어떨 때는 화살이 돈으로 보일 때가 있다니까요.” 이씨는 화살을 잃어버릴 때마다 보훈병원에서 근무하는 부인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한다. 이씨는 군대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내년에 열릴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 화살 걱정 없이 실컷 활을 쏘는 게 소원입니다.”
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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