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태백간 송전탑 진입도로에서 주검 발견… 그래도 765kV 초고압 송전탑 또 세운다니
천연기념물인 산양이 죽어가고 있다. 산양의 최대 서식지인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일대를 관통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초고압 송전탑 공사 때문이다.
지난 9월2일 지역주민이 벌초 가는 길에 산양의 주검을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현장인 삼척시 가곡면 오저2리 여팔계곡 일대를 조사한 끝에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 진입도로 위에서 외상이 전혀 없는 산양 주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산양, 비무장지대만큼 많이 살아
산양은 주검 상태라도 거의 보기가 어려운 동물이다. 그런데 이 일대에서는 2000년 이후 죽은 산양이 발견된 것만도 이번이 벌써 여섯 번째다. 2000년 1월13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2000년 2월14일과 25일에는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산지에서, 그리고 2002년 8월에는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찬물내기 근처에서도 죽은 산양이 발견됐다. 이 산양들은 모두 밀렵도구인 올무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1990년 이후 국내의 대표적인 멸종위기 희귀종인 산양이 5회나 밀렵으로 죽어간 것은, 울진·삼척의 산양이 유일하다. 이 일대가 과거 울진·삼척무장간첩사건이 벌어질 정도로 산이 깊고 험해 자연생태계가 제대로 보전되고 있던 터라 밀렵이 잇따르는 것도 송전탑 건설로 사람들의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죽은 산양은 송전탑 건설이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한 서식지 단절이 사인으로 추정돼 충격을 더한다.
이곳에는 이미 1998년 말에 착공돼 2001년 완공된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이 놓여 있다. 한전은 이곳에 또다시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려 하고 있다.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지역인 수도권에 보내려는 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다. 345kV 송전탑 건설 당시인 1998년에도 산림 훼손과 주민식수원 파괴, 민가 훼손 등 이 일대에 막대한 환경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송전탑 터와 작업로 절개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풍곡리, 동활리와 오저리 일대 계곡과 근처 민가 및 농지에 피해가 잇따랐다. 또 지난 7월 중순에는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 건설 때 생긴 콘크리트 특수폐기물이 산양 서식지 주변의 산림 속에 불법 매립(한전 440t 매립 시인, 주민 700∼800여t 추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서식지의 훼손과 파괴로 산양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가곡면 일대는 산양을 비롯해 사향노루,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대표적 멸종위기종이나 희귀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곳이다. 이 일대의 자연생태적 가치는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에 버금간다. 산양은 이 지역의 자연을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비무장지대만큼이나 많이 살고 있다. 서식지의 면적이나, 개체수가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녹색연합이 지난 5년 동안 이 지역을 정밀조사해 9월18일 발표한 ‘산양 서식지 실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산양의 터전이나 지형, 서식지의 상황 등이 국내 최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삼척∼울진 일대는 백두대간에서 영남으로 뻗어가는 생태계의 중심축인 낙동정맥의 핵심지역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1999년에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정부쪽에 충분히 전달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를 비롯한 문화재청이나 산림청 관련 부처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송전탑 건설 등을 비롯한 개발사업의 환경생태적 관리나 복구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주민들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국가의 핵심 자연자원인 멸종위기 동물들은 고사 위기를 맞았다.
특히 환경부는 지난 4월 중순 울진∼태백간 765kV 송전탑 건설공사의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줬다. 산양 서식지 한가운데로 관통하는 대형 토목공사를 별다른 보전대책 없이 허가해준 것이다. 직무유기에 가까운 부실한 접근이었다.
70살 넘은 노파들까지 삭발시위
환경부가 1998년에 허가한 345kV 송전탑의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에 대한 대책은 거의 없고, 수달·담비·삵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언급도 없다. 아울러 첩첩산중 경사가 급하고 험준한 산악지형에 송전탑 같은 대형구조물에 의한 영향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이 없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신규 건설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울진∼태백간의 765kV 송전탑에 대한 거짓말과 부실한 환경평가다. 지난 2002년 4월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에 “삼척시 가곡면 일대가 국내 최대의 산양 서식지이니 보호지구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정책 건의를 했다. 당시 환경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다만 올해(2002년)는 예산이 없으니 내년 초에 조사를 통해 지정하자”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그 뒤 공식·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번 확인됐다.
그러나 지난 4월 환경부는 시민단체와의 약속인 자연보호지구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초대형 개발사업인 765kV 송전탑 사업에 대한 실질적 허가인 환경영향평가를 해줬다. 주목할 사실은 한명숙 장관도 이런 전말을 모두 알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곡면 주민들은 현재 70이 넘는 노파가 삭발을 하고, 주민의 90%가 집회에 참석해 비장한 각오로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김동조 사무국장은 “아무리 힘 없고 빽 없는 강원도 산골 주민들이라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는 처사”라며 “단 한번도 정부 시책에 반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송전탑만큼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곳 지역 일부 주민들은 정부에 “삼척시 가곡면을 법적 생태계보호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을 준비 중이다.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태계보호지구 지정을 먼저 요구하는 지역은 한곳도 없었다. 국내 최초의 요구인 셈이다.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그만큼 절박하다.
삼척= 글·사진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kioyh@greenkorea.org

사진/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 진입도로 위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산양. 2000년 이후 이 일대에서만 여섯 번째다.
이곳에는 이미 1998년 말에 착공돼 2001년 완공된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이 놓여 있다. 한전은 이곳에 또다시 765kV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려 하고 있다. 울진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지역인 수도권에 보내려는 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다. 345kV 송전탑 건설 당시인 1998년에도 산림 훼손과 주민식수원 파괴, 민가 훼손 등 이 일대에 막대한 환경피해를 가져왔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송전탑 터와 작업로 절개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풍곡리, 동활리와 오저리 일대 계곡과 근처 민가 및 농지에 피해가 잇따랐다. 또 지난 7월 중순에는 울진∼태백간 345kV 송전탑 건설 때 생긴 콘크리트 특수폐기물이 산양 서식지 주변의 산림 속에 불법 매립(한전 440t 매립 시인, 주민 700∼800여t 추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서식지의 훼손과 파괴로 산양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가곡면 일대는 산양을 비롯해 사향노루, 수달, 담비, 삵, 하늘다람쥐 등 대표적 멸종위기종이나 희귀동물이 다수 서식하는 곳이다. 이 일대의 자연생태적 가치는 지리산이나 설악산 등에 버금간다. 산양은 이 지역의 자연을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비무장지대만큼이나 많이 살고 있다. 서식지의 면적이나, 개체수가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녹색연합이 지난 5년 동안 이 지역을 정밀조사해 9월18일 발표한 ‘산양 서식지 실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산양의 터전이나 지형, 서식지의 상황 등이 국내 최고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삼척시 가곡면 주민들이 송전탑 반대 집회. 현재 “가곡면을 법적 생태계보호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