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승 · 김태훈] 어제의 책벌레, 어제의 책으로!
등록 : 2003-09-17 00:00 수정 :
인문사회과학 전문 헌책방인 ‘어제의 책’이 지난 9월1일 서울 서대문에 문을 열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지난 1980~90년대 대학가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해냈던 서울 신촌의 ‘오늘의 책’을 기억해낼 것이다. ‘오늘의 책’은 지난 2000년 재정난 끝에 문을 닫았지만, ‘오늘의 책’을 잊지 못한 두명의 젊은이는 끝내 이 서점을 헌책방으로 부활시켰다.
‘어제의 책’을 함께 운영하는
류한승(30)씨와
김태훈(35)씨는 모두 헌책방 마니아다. 헌책방에서도 인문사회과학 서적이 찬밥 신세인 것을 안타까워한 두 사람은 지난 여름, 아예 헌책방을 차리기로 뜻을 모았다. ‘오늘의 책’에서 4년여간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류씨와 단골손님이었던 김씨의 추억도 결의를 다지는 배경이 됐다.
“‘오늘의 책’ 등 대학가의 인문과학 서점은 사람이 중심이었어요. 편하게 책을 보고, 토론이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었죠. 대형서점처럼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책을 ‘읽는 곳’이었습니다.” 류씨는 “‘어제의 책’은 주류에서 외면받은 문화와 사상이 분출되던 곳”이라며 “‘어제의 책’이 그 맥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어제의 책’에는 1만5천여권의 책과 5천여장의 LP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갈현동에서 헌책 도매상을 하는 최봉술씨의 도움을 받아 변두리 헌책방과 고물상 등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던 인문과학 서적을 구할 수 있었다.
책을 정리하다 보면 책갈피에서 책 주인의 이력서와 연애편지 등을 훔쳐보는 쏠쏠한 ‘즐거움’도 있다고 김씨는 귀띔했다. “80년대 책들이 가장 많습니다. 소련이 망하면서 홧김에 버린 책들인 것 같아요. 하하하.”
하지만 헌책방 운영에 대한 고민도 쌓여간다. 이른바 ‘마니아’들이 한번 쓸고 지나가면, 그 빈자리를 메울 책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씨는 “책은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좋은 책은 함께 읽고 나누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02-734-7322).
글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