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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멕시코판 ‘오적’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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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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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오 파스, 폴리 델라노 등 남미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 속속 소개되고 있다. 최근 멕시코 대표작가 중 하나인 레네 아빌라스 파빌라(60)가 자신의 저서 <외로운 독재자>(권미선 옮김, 아침나라 펴냄 )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외로운 독재자>는 1968년 틀라텔롤코 학생시위에 관해 기록한 소설이다. 멕시코 학생운동사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꼽히는 이 시위에서 약 500명의 학생들이 군부에 의해 학살되었다. 당시 학생으로 이 시위에 참가했다는 파빌라에게 책 쓴 이유를 물었다.

“내가 이 소설을 쓴 것은 학살 2년 뒤였습니다. 나는 내 친구와 스승이 눈앞에서 구속되는 것을 목격했지요. 사람들에게 이 사건이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광주항쟁에 대해서도 들은 바 있고, 멕시코의 학생시위와 광주항쟁간에 유사성을 느꼈다는 그는 이 소설에서 김지하의 <오적>과 유사한 블랙유머를 구사한다. 소설에서 독재자는 5년마다 성형수술을 해서 다른 사람으로 가장하고 선거에 출마하고, 독재자의 부인은 진정한 선진국의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촌여자로 나온다. 군부는 오랑우탄이나 코끼리, 호랑이로 비유되는 등 직설적인 풍자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풍자로 비극을 묘사한 이유에 대해 파빌라는 “내가 언론인이기 때문에 좀더 타자적인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는 연애소설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서 “시대가 나로 하여금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다”며 웃었다.

멕시코는 올 7월 선거를 통해 장장 71년 동안의 일당 장기집권체제를 뒤집었고, 또 칠레 소설가 폴리 델라노가 정치적 문제로 멕시코에 망명을 신청하자 이를 허가하는 등 예술에서 자유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파빌라는 이를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표현하면서 “현 멕시코 정부의 성격은 자유주의적이라기보다는 보수우익적이다. 멕시코 좌파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보여진다”고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예순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부드러운 외모를 가진 그는, 날카로운 의식으로 세계문제를 고민하는 멕시코 내 현역 언론인이기도 하다. 그는 “예전 멕시코 작가들의 화두가 독재라면 지금의 화두는 세계화”라고 규정지으면서 “세계화 자체는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것이 미국의 이익을 위한 세계를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날선 비판을 잊지 않았다.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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