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도시아키] 자원봉사도 아시아 연대를…
등록 : 2003-09-06 00:00 수정 :
“재해를 당한 사람들은 슬픔을 나눌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슬픔을 나눌 마음이 있다면 자원봉사단체의 문을 두드리기 바랍니다.”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인 ‘일본 재해구호 불룬티어 네트워크’(NVNAD)의
다나카 도시아키(65) 이사장이 이런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기까지 50년 이상 걸렸다. 대장성 공무원으로 30여년을 보낸 그는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한가한 사람들의 시간 때우기쯤으로 여겼다. 그러다가 실로 우연치 않은 계기로 ‘자원봉사에 사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다나카 이사장이 지방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만들려는 사람들을 만나 단체의 법인화 수속을 도왔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자원봉사의 ‘자’자도 모르던 사람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 단체의 이사장까지 맡게 됐다. 말이 이사장이지 실상은 6명의 무보수 상근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명일 뿐이다. “직접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까지 특별한 계기를 만들지 못했을 뿐이지요.”
지난 8월26일 다나카 이사장은 불룬티어 네트워크 회원들과 함께 서울을 방문했다. 이날 다나카 이사장 일행은 전국재해구호협회(회장 최학래)가 마련한 ‘재해구호 자원봉사자 워크숍’에 초청 강사로 참석해 그동안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들은 고베 대지진 구호활동에서 시작해 중유유출 사고, 인도·터키·대만 등의 지진재해 등까지 지구촌 곳곳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자원봉사 활동 경험을 강연과 공연 등으로 국내외에 전하는 것이다. 다나카 이사장은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각종 재해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아시아 자원봉사 연대를 만드는 것도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현재 민간 기금만으로 운영하는 불룬티어 네트워크는 니시노미야시를 근거지로 34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들은 크고 작은 국내외의 재해를 남의 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로 연간 2억여원을 기부한다. 불룬티어 네트워크는 민간 구호단체의 효율성을 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 지원을 할 때 의약품과 생필품 등을 현지에서 구입해 재해국에 경제적인 지원을 꾀하는 것이다. 다나카 이사장은 때론 한국이 부럽기도 하다. “한국은 재해구호협회로 전문기관이 일원화돼 기금 모금이나 전문가 양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여러 단체가 경합하며 명멸을 거듭해 어려움이 따릅니다.”
글·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통역 자원봉사 이경미/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