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한가위 단상

475
등록 : 2003-09-05 00:00 수정 :

크게 작게

9월의 시작은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달력 상단부에는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절인 추석을 알리는 빨간 숫자가 자리잡고 있어 우리를 들뜨게 한다. 음력 8월15일인 추석이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중추절(仲秋節)답게 이제 더위도 물러가고 서늘해져 활동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여러 가지 제작과 배달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추석과 설이 다가오면 두 주치 잡지를 한꺼번에 만들 수밖에 없는 점은 독자 여러분께 항상 죄송스런 일이다. 몇몇 현안들이 요동을 치고 전해드려야 할 것이 많은데도 잠시나마 독자들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 또한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사진/ 연합
이런 여건 속에서 제작되는 이번 추석 합본호는 애초 한가위만큼이나 푸근하고 이 해맑은 계절에 뭔가 음미해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보려 했으나 그것은 섣부른 욕심이었다. 표지이야기가 다시 무거운 주제로 ‘원위치’한 것이다. 대구 유니버시아드의 북한 선수단 및 여성 응원단 참석으로 인해 더욱 가열된 우리 사회의 보·혁 갈등과, 북한 응원단의 돌출행동에서 비롯된 남과 북의 이질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녕 남과 북 사이에는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하나’가 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기다려야 할 세월도 짧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태도 참고 기다려왔는데, 지금 눈앞에 남남 갈등과 남북 ‘차이’가 목도된다고 해서 ‘하나’됨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추석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남과 북을 되돌아보고 통일로 가는 길에 대해 잠시라도 얘기를 나눠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1년 열두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추석에는 떡을 빚어 나눠먹었다는 말에서 유래한 우리 속담이다. 떡을 나눠먹던 게 지금은 선물로 바뀐 셈인데, 때마침 시중에 화제가 되고 있는 두 가지 선물 얘기는 곱씹어볼 만하다.

한 가지는, 한 기업이 선물과 관련한 회사 윤리규범 덕분에 3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는 미담 사례다. 2년 전, 한 업체의 간부에게 거래처로부터 5만원짜리 배 한 상자가 배달됐는데, 그는 회사 윤리규범을 앞세워 이를 되돌려 보내려 했다고 한다. 거래처의 완곡한 권유 때문에 결국 배를 불우사원돕기에 사용했는데, 그 간부의 도덕성에 감동한 거래처가 올해 추석 선물용으로 3억원어치의 물품을 답례로 구입해주었다는 얘기다. 또 한 가지는,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역대 대통령의 명절 선물을 소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회의원들에게 추석 선물을 돌리도록 권유했다는 ‘썰렁한’ 얘기다. 그가 왜 굿모닝시티로부터 별 죄의식 없이 거액을 받아 검찰 소환을 받고 있는지를 알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넉넉하고 편안하게 보내야 할 명절이지만 되돌아볼 것도 많은 추석이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