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보다는 곱다는 말이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것은 선하다는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외모 지상주의와 여성 상품화를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때 처음 선을 보인 북한의 ‘미녀 응원단’에 대해 우리 사회가 쏟아낸 시선들이다. 환영과 경계, 걱정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평화의 상징으로 젊고 고운 여성들을 보냈겠지’라고 생각하고 환영해주면 그만인 것을, 우리 사회가 괜한 논쟁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너무 길들여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1년도 채 안 돼 이번에는 그들이 대구에 나타났다. 두 번째는 ‘약발’이 덜할 만도 한데, 여전히 그들은 화제를 몰고 다닌다. 그들이 부산에서보다 훨씬 더 밝은 표정과 거침없는 언행으로 우리를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모처럼 찾아온 즐거움이다. 대회 개막을 전후한 ‘양길승 몰래카메라 사건’, 한나라당의 ‘노무현 대통령과 개구리 닮은꼴 발언’ 파문, 화물연대 파업 등 어둡고 우울한 뉴스로부터 잠시나마 한눈을 팔 수 있게 된 것도 여유 속에 느끼는 편안함이다.
그들의 응원 솜씨 또한 갈수록 일품이어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수적이라는 대구시민들도 그들을 따뜻한 동포애로 맞아주었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남과 북은 하나’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오니 절로 흐뭇해진다. 멋진 기량을 펼쳐보이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유니버시아드에서 남북 선수들이 목에 거는 메달이 이런 ‘남북화해 메달’보다 더 값질 수는 없을 것이다.
달구벌에 남북화해의 ‘이상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회장 한복판까지 들어가 북한 ‘손님’들을 자극한 사건은, 잠시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일순간에 날려버린다.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 때문에 다른 참가국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니 이를 시정하라는 그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엉뚱하다. 현장에 내걸린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동포가 산다’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주민 구출하자’라고 쓴 플래카드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순수한 스포츠 행사장에 등장하기엔 너무나 자극적이다. 때문에 그들의 의도는 의심받아 마땅하다. 다음날 북한 선수단이 경기에 임해 한 고비는 넘겼으나 왠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북한과 관련된 섬뜩한 소식은 일본에서도 전해온다. 만경봉호의 일본 입국을 앞두고 일본 우익단체가 총련 사무실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총련계 금융회사에 총격을 가해왔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니이카타항에서는 우익단체 회원들의 입항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보수단체와 일본 우익단체가 북한에 가하고 있는 ‘이지메’가 어렵사리 성사된 베이징 6자회담에 혹시라도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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