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두부공장이 ‘망하기 일보직전’에 몰려도 국산콩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는 함정희씨
“나더러 깡패래요!” 누가요? “남편이요. 깡패라고 해도 좋고 뭐라 해도 좋아요. 나는 꼭 할 테니까.”
함정희(51·전주 덕진구)씨는 그저 인심 좋은 식당 아주머니 같아 보이는 사람이다. 전라도 사투리의 느릿느릿한 말투, 펑퍼짐한 몸매에 눌러쓴 모자까지 어디를 봐도 거친 구석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명함에는 ‘함(아래아 함)씨네 토종콩 종합식품’ 대표라고 쓰여 있다. 그러니까 ‘깡패 사장님’쯤 되겠다. 아니, ‘깡패 부인’이 맞나? 그 옹고집 이력을 더듬어가지 않으면 그 말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가 남편과 함께 두부공장을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됐다. 그의 공장에서는 지금도 하루에 콩 30가마를 두부로 만들 수 있다. 그만하면, 소도시에서 유지 소리쯤은 들을 만도 한데, 그는 “나는 망하기 일보직전”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허허 웃으면서. 물론 그도 한때는 제법 돈을 벌었다. 하지만 20년 두부장수를 하며 탄탄하게 일궈놓은 그의 옛 거래처는 이제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가 아주 잘못(?)한 일이 하나 있다. 수입콩으로 두부 만들기를 중단하고 철저히 국산콩으로만 두부 등 콩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일이다.
“한 기업체가 국산콩을 쓴다며 정부의 지원을 받아놓고는 수입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팔았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된다 싶었어요. 직접 나서기로 했지요.” 1998년 회사를 창업한 그는 지난 2001년 9월 한국양명회 안학수 회장의 강연을 들은 뒤 완전히 마음을 굳혔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100% 국산콩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입콩 제품만 원하는 거래처는 다른 사람들에게 모두 넘겨줬어요. 대형 할인점 납품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는 남편이 나더러 미쳤다고 했죠.”
이혼을 걸고 남편과 담판
그는 남편과 싸우다가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기도 했다. 남편이 법원에서 연락을 받고 “다 죽자”고 난리를 치자, 자식들을 데리고 가출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돌아와 “이혼하고라도 나는 국산콩 두부를 만들겠다”고 우겨, 남편을 굴복시켰다. “사나운 남편하고 싸우느라 욕봤지. 이혼이 어디 쉽나?” 함씨는 남편과 담판에 성공하자 2001년 10월부터 공장에서 수입콩을 완전히 추방했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 진영호씨가 고창군 공음면에서 직접 경영하는 10만여평의 학원농장에서 생산한 국산콩만을 들여다가 그는 두부와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든다. 수입콩은 1kg에 650원이지만, 국산콩은 1kg에 4천원이다. 재료비가 6배나 된다. 그것만이 아니다. 간수(콩 단백질 응고제)도 값싼 중국산을 쓰지 않고 몇십배 비싼 일본 제품을 들여다 쓴다. 간수는 일제를 쓰면서 왜 콩은 꼭 국산을 써야 하는 걸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콩과 옥수수를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 먹는데, 이 두 곡물은 대표적인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다. 특히 수입곡물은 길게는 몇년씩 묵은 것이 들어오게 되므로 소독을 수십번 하게 된다. 몸에 어떤 해가 닥칠지 모르는 그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먹인단 말인가? 그는 특히 한국이 원산지인 콩이 우리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된장, 간장의 재료라는 점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풍년 풍(豊)자도 콩(豆) 농사가 잘됐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콩이 얼마나 중요한 식품인지 알 수 있지 않아요?” ‘청국장 강정’이 힘이 되기도
시중에 100% 국산콩으로 만들었다는 콩제품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국산콩 상품 값이 수입콩의 6배인데, 두부값이 그렇게 쌀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산콩이라도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쓰지 않는 한. 함씨네는 420g짜리 두부 한모에 무려 4천원을 받는다. 대량생산을 한다고 해도 국산콩만 써서는 그 이하 값으로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100% 국산콩인지 어떻게 믿느냐고? 그는 공장을 항상 개방하고 누구든 공장에 견학 오면 먼저 창고 문부터 열어준다. 안학수 회장은 “콩 창고를 완전개방하는 두부공장은 지금까지 가본 바로는 전국에 함씨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동안 구청 위생계, 식품의약품안전청, 농산물품질검사소, 검찰 등 조사를 나오지 않은 곳이 없었어요. 하지만 다 뒤져보고는 오히려 격려를 해주고 갔지요.”
하지만 그의 사업은 보란 듯이 실패했다. 납품을 하기 위해 백화점이며 할인점, 학교, 심지어 생활협동조합까지 안 다녀본 곳이 없다. 하지만 값비싼 함씨네 제품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의 두부공장에서는 요즘 하루 1가마의 콩도 들지 않는다. “값이 비싼 것은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이에요. 소비자가 제품을 먹어보고 선택할 일이니까요. 하지만 납품조차 받아주지 않으니 참 어렵네요.” 그는 국산콩 두부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평생 모은 돈 6억원을 모두 날렸다. 그나마 친정 동생들이 “장한 일을 한다”며 도와줘서 하루하루 지탱하고 있다.
급기야 남편은 지난 4월 함씨에게 ‘각서’를 쓰게 했다.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입히고, (한때 전주연두부조합 이사장이었던) 남편의 사회적 명예를 실추시켰음을 인정하고, 6월 말까지 제대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면 사업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각서 내용은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이 손가락을 잘리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아니 실은 그의 고집을 꺾지 못해 각서는 이번에도 유야무야됐다.
시련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 들어 개발한 ‘청국장 강정’이 그에게 힘이 되기도 했다. 청국장 강정은 날청국장을 말려 냄새를 없앤 뒤 부숴 찹쌀 조청에 버무려 만든 것이다. 그의 열정이 전주시 중소기업지원사무소 계약직 공무원인 오영섭씨를 움직였다. 이 제품을 한국발명진흥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 기술혁신 개발사업 대상 심의에 올리도록 서류를 준비하고 도와준 것이다. 도지사로부터 최고명품 인증서를 받은 제품이 사장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심의위원들은 처음에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효능을 과학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나 한 사람 망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왜 우리 콩을 포기하느냐고 그 자리에서 울어버렸지요. 나중에 지원을 해준다고 통보가 왔더라고요.” 함씨네는 8천만원의 정부 출연을 받았다. 이것저것 떼고 나면 4천만원쯤 되는데, 그것으로 또 두달은 버틸 수 있게 됐다.
하나둘 이해해주는 사람 늘어
“오래 사다 먹어본 사람, 특히 몸이 안 좋아 국산콩 제품을 먹게 된 사람들이 다들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까, 요즘은 남편도 설득하기를 포기한 것 같아요.” 대학 졸업반인 둘째딸 박나은(22)씨는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다 엄마 일을 돕겠다고 전공까지 경영학으로 바꾸었다. 그의 참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이 요즘 그에게는 마지막 희망이다. 전국적인 유통이 어려운 두부보다 된장이나 청국장, 조청 같은 보존 가능한 제품에 중점을 두는 것이 어떻냐는 기자의 충고에 그는 다시 진지한 얼굴로 돌아간다. “된장 같은 제품은 그래도 좋은 국산콩만을 써서 만드는 업체가 제법 있어요. 하지만 수입콩을 한톨도 섞지 않고, 질 좋은 국산콩만으로 두부를 만드는 업체는 거의 없거든요.” 46살에 얻은 늦둥이 둘째아들을 17개월 동안 직접 모유를 먹여 키운 함씨의 굽힐 줄 모르는 고집이다. (함씨네 인터넷 홈페이지 www.hamssine.net)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국산콩 두부’만을 만들기 위해 옛 거래처를 모두 포기한 함정희씨.(류우종 기자)
그는 남편과 싸우다가 법원에 이혼소송을 내기도 했다. 남편이 법원에서 연락을 받고 “다 죽자”고 난리를 치자, 자식들을 데리고 가출했다. 결국 일주일 만에 돌아와 “이혼하고라도 나는 국산콩 두부를 만들겠다”고 우겨, 남편을 굴복시켰다. “사나운 남편하고 싸우느라 욕봤지. 이혼이 어디 쉽나?” 함씨는 남편과 담판에 성공하자 2001년 10월부터 공장에서 수입콩을 완전히 추방했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 진영호씨가 고창군 공음면에서 직접 경영하는 10만여평의 학원농장에서 생산한 국산콩만을 들여다가 그는 두부와 된장, 청국장 등을 만든다. 수입콩은 1kg에 650원이지만, 국산콩은 1kg에 4천원이다. 재료비가 6배나 된다. 그것만이 아니다. 간수(콩 단백질 응고제)도 값싼 중국산을 쓰지 않고 몇십배 비싼 일본 제품을 들여다 쓴다. 간수는 일제를 쓰면서 왜 콩은 꼭 국산을 써야 하는 걸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우리나라는 콩과 옥수수를 거의 외국에서 수입해 먹는데, 이 두 곡물은 대표적인 유전자변형 농산물이다. 특히 수입곡물은 길게는 몇년씩 묵은 것이 들어오게 되므로 소독을 수십번 하게 된다. 몸에 어떤 해가 닥칠지 모르는 그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먹인단 말인가? 그는 특히 한국이 원산지인 콩이 우리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된장, 간장의 재료라는 점을 몇번이고 강조했다. “풍년 풍(豊)자도 콩(豆) 농사가 잘됐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콩이 얼마나 중요한 식품인지 알 수 있지 않아요?” ‘청국장 강정’이 힘이 되기도

사진/ ‘함씨네’는 누구에게든 공장과 창고를 개방한다. ‘함씨네’ 두부 공장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