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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내 양심선언 물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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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2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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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수(72) 전 연기군수를 기억하십니까?

지금은 일흔을 훌쩍 넘긴 채 고향에 파묻혀 조용히 살아가는 촌로지만, 10여년 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이력을 지니고 있다.

1992년 총선 직후, 한씨는 “정부가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광범위한 금권·관권 선거를 지시했다”며 충남도지사가 보낸 선거지침서 및 선거자금용 수표 사본, 지역별 선거책임자 명부 등 증거자료를 제시해 정부·여당을 꼼짝 못하게 했다. 군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양심선언이었으며, 이문옥 감사관, 이지문 중위, 윤석양 이병 등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의 맥을 이어가는 폭로였다.

그 한 전 군수가 요즘 심사가 편치를 않다.

최근 정부가 58주년 광복절을 맞아 공무원 가운데 현직 10만7701명, 전직 1만7463명 등 모두 12만5164명이나 특별사면을 해주면서 자신만은 빼놓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전 군수는 양심선언을 한 대가로 100여일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징계파면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해왔는데도 받아야 할 연금의 반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래서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았으나, 자신만 빠뜨린 처사에 서운함이 더 커져만 갈 뿐이다.


행정자치부쪽으로부터는 “이번 사면에는 파면해임 처분을 받은 자와 금품 및 향응 수수, 공금 횡령 및 유용 비위로 징계 처분을 받은 자 등은 모두 제외됐다”는 얘기만을 들었다. 졸지에 공금을 횡령한 부정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 셈이다.

물론 그도 형사적인 사면은 받았다. 1995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가 확정된 뒤, 그해 8월 사면 복권된 것이다. 하지만 파면이라는 수모를 벗어나, 공무원으로서 떳떳하게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 싶은 것이 한 전 군수의 마지막 남은 소망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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