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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동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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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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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15 광복절을 전후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묘한 긴장관계가 조성되는 것은, 그날이 우리에게는 ‘해방의 기쁨’으로 다가오지만 일본에게는 ‘패전의 치욕’으로 다가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맘때면 늘 그랬던 것처럼, 일본 고위관료와 정치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망언 등으로 우리 국민이 상처받는 일이 아직은 발생하지 않아 다행스럽다.

사진/ AP연합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아니라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들이 온갖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세력의 발호 때문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시인 이후 1년 가까이 총련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데도 그 실상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언론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동포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지난해 9월께는 대통령선거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하는 시기였고, 올 들어서는 새 정부 출범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굵직한 국내외 뉴스가 이어진 탓이라고 애써 자위해본다.

몇해 전, 잘못 쓰여진 역사교과서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던 일본의 우익과 그에 동조하는 많은 일본인들이 이번에는 테러와 해코지를 서슴지 않는 ‘폭도’로 변해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일본 사회가 그들에게 ‘문무’(文武)를 겸비할 것을 주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는 범죄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을 아시아 해방전쟁이라며 침략을 일삼고, 난징대학살의 가해 사실조차 부정하고, 일본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문제 해결을 외면해온 그들이, 납치를 시인하고 사과한 북한과 총련 동포들을 응징하겠다고 나설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일본 우익의 발호는, 미국의 묵인 아래 날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군사대국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한국 우익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정몽헌씨의 장례식과 금강산 추모행사가 끝났지만 그의 자살이 남긴 여운은 좀처럼 가시질 않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자살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검찰 출신의 여당 의원이 검찰의 가혹행위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과연 누가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남북경협사업은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는 일이다. 그의 죽음 뒤에는 남북이 하나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보수 우익세력의 집요하고 음습한 방해공작이 있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경협을 계속해야 한다는 압도적인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우익들의 까탈로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한총련의 미군훈련장 시위사건에도 여지없이 끼어들어 시위학생 처벌과 한총련 합법화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다. 한총련이 그들에게 호재를 안겨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의 우익이 일본의 우익과 달리 총칼로 무장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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