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미술계에서는 전통적 사실주의 회화의 경지를 넘어 순수예술의 극치를 에로티시즘 속에서 표현하는 동포작가 이클림(52)씨의 예술세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국립미술아카데미 정교수로 재직 중인 이씨는 지난 1968년 고향 우즈베키스탄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와 오늘날까지 30여년간 중견화가로서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개척해왔다. 학창시절부터 옛 소련 최고인민회의장의 벽화 제작자로 유명한 믈리니코프로부터 직접 사사받아 전통적인 사실주의 기법을 완벽하게 체득한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작품영역을 그래픽화와 파스텔화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예술세계를 모색해왔다.
그는 그래픽 화가로서 일찍이 지난 19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6회 국제영화제를 위한 포스터 공모전에서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자신의 출품작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내로라하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영예의 최우수상을 차지한 것이다. 최근 몇년간 그는 파스텔화와 누드화에 자신의 예술 열정을 바쳐왔다. 그 결과물이 올 5월께 열렸던 상트페테르부르크 정도 수립 300주년 기념 전시회 ‘파스텔화로 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로티시즘과 순수예술의 절묘한 조화’라는 독특한 예술세계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전시회에서 이씨는 자신의 작품들이 레핀, 브로드스키, 브률로프, 레비탄 등 러시아 미술사 거장들의 그것들과 나란히 전시되면서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중견 에로티시즘 작가로 새로운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이씨는 “왜 누드화, 특히 파스텔 기법에 집착하는가?”라는 물음에 “현존하는 대상물 중에서 여성의 몸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소재며 그 절묘한 아름다움을 묘사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법이 파스텔화”라고 설명한다. 1989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특히 한국인의 정서 속에는 아직껏 일견 누드화 작가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함을 지적한다. 이는 “에로티시즘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예술의 경지임을 잘 모르는 이들의 지저분한 사고의 결과”라는 게 그의 견해다. 순수 에로티시즘을 구현하고자 하는 이씨의 열정은 얼마 전에 작업을 개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잘 알려진 러시아계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삽화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