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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산삼을 돋우고 효심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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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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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먹고 빨리 건강 회복하세요!” 간경화로 쓰러진 뒤 수술받고 입원 중인 포스코 광양제철소 박경조(54) 주임은 지난 8월4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로부터 갑자기 산삼 7뿌리를 전달받았다. 박씨한테 산삼을 건네준 쪽은 산삼과 난(蘭) 마니아들의 인터넷 모임인 ‘산삼과 난’(www.sansam-nan.com) 회원들.

박씨와 ‘산삼과 난’이 인연을 맺게 된 건 박씨의 두 아들 효심 때문이었다. 박씨는 지난 6월 두 아들이 떼어준 간으로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아들의 효심에 감동받은, 박씨의 직장 동료 김종현씨(‘산삼과 난’ 회원)가 이 사연을 산삼과 난 홈페이지에 올렸고, 글을 본 산삼 동호인들이 박씨를 돕기 위한 산삼찾기 산행에 일제히 나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산삼과 난’ 동호인 30여명은 6월29일 충남 청양에 있는 칠갑산에 집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 1차 산행에서는 산삼을 단 한 뿌리도 돋우지 못했다(심마니들은 산삼을 ‘캔다’고 하지 않고 ‘돋운다’고 표현한다). 이들은 한달 뒤 재도전에 나섰다. 참가자도 늘었다. 7월27일 충북 영동지역에서 열린 2차 산행에는 회원 80여명이 참여했다. 두 아들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한 것일까, ‘산삼과 난’ 동호인들의 선행에 산신령이 감복한 것일까? 쏟아지던 빗줄기는 산행 시작과 동시에 그쳤고, 영동 일대의 산을 샅샅이 뒤진 끝에 참가자들은 산삼 7뿌리(15년에서 30년생)를 돋웠다. 이 산삼은 박씨한테 모두 전달됐다.

‘산삼이면 산삼이지 ‘산삼과 난’은 또 뭐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가 원래 난을 좋아해 전라도 지방에 주로 자생하는 한국 야생 춘란을 캐기 위해 10여년 동안 산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산삼 뿌리도 돋우곤 했죠.” ‘산삼과 난’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이명식(46)씨의 설명이다. “제가 터득한 산삼 돋우는 비법을 전수받은 뒤 새로 심마니가 된 사람도 여러 명입니다. 우리가 돋운 산삼은 상업적으로 팔지 않고 대신 주변의 아픈 사람들한테 나눠주거나 회원들끼리 나눠먹는 게 ‘산삼과 난’ 동호인의 원칙입니다.” ‘산삼과 난’ 회원은 1200여명으로 두달에 한번꼴로 산삼 및 난 산행을 가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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