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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빨갱이 사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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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8-07 00:00 수정 : 2008-11-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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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관계자 아닌 건대생 두명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 공안당국의 건재함 과시인가

‘이적단체’라던 한총련 대의원 79명에게 내려진 수배조치가 해제됐지만, 보안수사대는 건재하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정부’에서도 국가보안법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본과 권력을 통해 세계질서를 군사패권적으로 재편해 헤게모니를 유지하면서 신자유주의를 가속화하고 있어… 노동자 계급의 관점에 입각해 생산에서의 착취와 해방을 쟁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인식하는 등…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는 동시에 같은 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취득·소지·보관한 자임.”

조직노선에도 별다른 것이 없는데…

사진/ 7월30일 전국민중연대 소속 회원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김용찬·김종곤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김진수 기자)
건국대생 김용찬(26·축산대)씨의 구속영장에 적힌 혐의내용 가운데 일부다. 김씨와 함께 구속된 김종곤(26·법대)씨의 구속영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투적 학생회 부활과 과학적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목표로 ‘건국대 학생투쟁위원회’를 구성해… 위원장 겸 조직 홈페이지 관리자로서, 선량한 청년·학생·빈민들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의식화·조직화한 활동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같은 활동을 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두 학생이 이른바 ‘홍제동 사람들’로 불리는 경찰청 보안4과 수사관들에게 연행된 건 지난 7월11일 오후다. 7월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서울지검은 2차례나 구속기간을 연장하면서 막바지 보강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철거민대책위원회 지원활동과 강남성모병원 파업 지지활동을 벌이면서 참가한 각종 집회·시위 때문에 폭력 등의 혐의가 추가되긴 했지만, 이들의 주된 구속 사유는 국가보안법 제7조 1·3·5항 위반 혐의다. 공안당국도 70여쪽에 달하는 두 학생의 구속영장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은 반국가단체 고무·찬양죄다. 또 제7조 3항과 5항은 각각 이적단체 구성·가입죄와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 조항은 국가보안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끊임없이 폐지대상 1순위로 지목돼왔다. 그렇다면 김용찬·김종곤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벌인 걸까

공안당국이 두 학생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내용의 근거로 들이대고 있는 것은 이들이 참여했던 ‘2002년 건국대 노동절 참가단’ 활동이다. 지난해 4월 중순 후배 10여명과 함께 두 학생이 건국대 캠퍼스 안에 있는 생활도서관에 모여 결성한 이 그룹의 공식 명칭은 건국대학생투쟁위원회(이하 건학투위)다. 구속영장 내용을 보면, 건학투위의 조직목적은 “전투적 학생회 부활과 장한벌의 근본적 변혁을 통한 과학적 사회주의 건설”이라고 돼 있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학생운동권의 좌파로 불리는 이른바 ‘PD계열’을 건국대 총학생회장에 당선시키자는 말이다.

건학투위의 조직노선이라는 것도 별다른 게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전쟁반대 △사회적 공공의 쟁취 △김대중 정권 퇴진 등 학생운동권에서 일상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다. 두 학생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증거로 여러 차례 거론된 이라는 인터넷 클럽 사이트(www.cyworld.com/antisaint)에서도 ‘이적성’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건학투위에 참여하는 학생 15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이 사이트에는 인터넷 세대답게 각종 음악파일과 동영상·그림파일이 가득하다. 또,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에서 긁어모은 듯한 사회비판적 글들이 게시판에 정리돼 있다.

자기들끼리 돌려본 자료집이 이적표현물?

공안당국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지목한 ‘조감도’라는 제목의 건학특위 내부 자료집 내용은 대부분 클럽 사이트에 정리돼 있다. 이적표현물이 ‘득시글거리는데도’ 두 학생이 구속된 지 20여일이 지난 8월2일 현재까지 사이트는 폐쇄되지 않은 상태다.

두 학생의 변호를 맡은 동화법무법인 조영선 변호사는 말한다. “불과 1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만든 학내 단체를 문제 삼아,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무리하게 법을 적용해 구속했다. 더구나 자기들끼리 돌려본 자료집을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며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은 개인의 머리 속까지 관리하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총련 관련자가 아닌데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 김용찬·김종곤씨가 처음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공안당국이 말하고 싶었던 게 이런 건 아니었을까 “아직도 ‘빨갱이’는 도처에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가 필요하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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