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농사를 짓는 형제가 있었다. 형은 이제 막 살림을 차려나가 가난한 아우에게, 아우는 식구가 많은 형에게 수확한 볏단을 더 주기 위해 한밤중에 몰래 들판에 나갔다가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마주친다. 볏단을 훔쳐가는 도둑으로 잘못 알고 깜짝 놀란 형제는 서로를 확인한 뒤 그 애틋한 마음에 감읍해 부둥켜안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되는 <의좋은 형제>라는 제목의 전래동화에는 황금 만능주의와 이기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야당시절 늘 당내 비주류였고 서로 ‘형님 아우님’ 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최근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 두 사람이 딴 길을 가기 시작했다. 영원히 함께할 것 같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대표가 벌이는 ‘곡예’는 결별과 화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붙잡는다. 과연 국민들은 어떤 심경으로 이들을 지켜보고 있을까. ‘돈 먹은 하마’에게 분노했다가도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모습에 동정심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느닷없는 대선자금 공개에 얼떨떨해하다가도 혹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으로 지켜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두 사람과 정치권이 벌이고 있는 줄다리기는 점입가경이다. 정 대표가 청와대 문책인사를 요구하고 사실상 분당에 반대하는 민주당 법통계승 발언을 하는 등 연일 청와대를 겨냥하며 회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은 가증스럽다 못해 애처롭다. 노 대통령이 정 대표 체포동의서에 서명하고서도 검찰 출두는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까지 가세해 검찰총장 국회출석 제도화를 요구하며 검찰을 압박하는 모습은 한편의 코미디다. 한술 더 떠서 여야가 8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한 것은 2000년 2월의 ‘방탄국회’악몽을 되살린다. 24건의 고소고발 사건에 연루돼 검찰이 체포작전까지 벌였던 정형근 의원을 구하기 위해 소집한 당시의 방탄국회가 한나라당 단독으로 감행된 것이라면, 이번에는 여야가 합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이 우울한 정치상황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 빈곤 자살’ 해결과 경제회생, 부패척결 같은 현안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이 정 대표를 읍참마속하고 인치(人治)가 아닌 법치(法治)로 그를 다스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법치와 인치의 구별은 법률의 유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법에 의존하는 사람’이 되게 하고 후자는 ‘사람에 의존하는 법’이 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일갈한 동밍(董明) 중국국가행정학원 교수의 말을 심각하게 음미해봐야 한다. 노 대통령과 정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고락을 함께 한 ‘의좋은 형제’였다면 이제 더 늦기 전에 서로에게 ‘볏단’을 선물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하지 않았는가.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한겨레 윤운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