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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샴, 현대 의학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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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31 00:00 수정 : 2008-11-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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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원인 밝혀지지 않은 샴 쌍둥이…사랑·지혜 자매 분리 성공을 계기로 돌아본 의료 문제

민사랑·지혜 자매는 불행하게 샴 쌍둥이로 태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다. 엉덩이 부위가 서로 붙어 있을 뿐 생명과 직결되는 내부 장기는 함께 쓰거나 붙어 있지 않아 수술 성공률이 높은 형태의 샴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름 전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의 29살 비자니 자매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었다.

살아남은 쌍둥이 70% 이상이 여자

비자니 자매의 비극과 사랑·지혜 자매의 분리수술 성공은 현대 의학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 샴 쌍둥이는 ‘부모가 분리수술을 하지 않으려 할 경우 국가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어른이 된 샴 쌍둥이가 수술 성공률이 낮음에도 스스로 이를 하려 들 때 의사는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와 같은 풀기 쉽지 않은 의료윤리 문제를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사진/ 분리수술에 성공한 샴 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 수술 전인 4월에 촬영한 모습이다.(연합)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해 자손을 퍼뜨리면서 샴 쌍둥이는 인간 곁에 늘 있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이들의 탄생을 두고 두려움을 가졌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 때는 ‘신의 분노’ ‘악마의 영향’ ‘힘을 보여주려는 신의 욕망’ 등 때문에 이런 쌍둥이가 태어난다고 믿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의사는 이런 비과학적 분석과 함께 임신한 여성이 이상한 것을 보았을 때도 ‘샴 쌍둥이’가 생긴다며 그런 물건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또 임신한 여성이 자궁 부위를 조이는 것을 포함해 옷을 꽉 조여 입거나 앉는 습관에 따라 기형 쌍둥이가 생긴다는 주장까지 했다.


의학이 발달된 지금도 왜 샴 쌍둥이가 생기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수정 뒤 2주께 배아가 둘로 갈라지면서 드물게 일란성 쌍둥이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완전히 둘로 갈라지지 않고 특정 부분이 서로 붙은 채 자궁에 착상해 발달하면서 기형 쌍둥이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신 2만5천~8만건당 1건꼴로 이런 현상이 생기는데 이 가운데 60%가량은 태어나기 전에 사산되고 35%는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숨진다. 그래서 실제 태어나는 샴 쌍둥이는 20만건당 1건꼴로 알려져 있다.

사진/ 분리수술을 받기 위해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에 머물고 있는 민사랑·지혜 자매가 7월7일 이 병원에서 분리수술을 받다 숨진 이란인 샴 쌍둥이 비자니 자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러브인위즈덤)
지난 500년간 태어난 600건의 샴 쌍둥이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살아남은 사례의 70% 이상이 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자들은 남자 샴 쌍둥이가 자궁에서 사산되는 경우가 여자에 견줘 많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샴 쌍둥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형태에 따라 거동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다리가 셋이거나 심장 하나를 두 사람이 공유하기도 한다. 성기 쪽이 붙은 채 머리가 반대 방향으로 난 모습도 있다. 이들의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슴 또는 배가 붙어 나오거나 가슴·배가 함께 붙어 나오는 경우가 가장 흔해 73%를 차지한다. 23%는 엉덩이·다리 또는 성기 부분이 붙어 나온다. 사랑·지혜 자매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4%는 비자니 자매처럼 머리가 붙은 채 나온다.

현대 의학기술은 많은 샴 쌍둥이를 서로 다른 개체로 완전분리해 정상적인 삶을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유하는 장기가 얼마나 많은가와 어떤 장기를 공유하느냐가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된다. 1974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외과과장 에버렛 쿠프는 동료 의사 23명과 함께 배 부분이 붙은, 13개월 된 도미니카 샴 쌍둥이 자매를 분리하는 데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소아신경외과 과장으로 있는 벤저민 카슨은 33살 때인 1987년에 뒤통수가 붙은 샴 쌍둥이를 처음으로 분리하는 데 성공해 일약 스타가 됐다. 그는 1997에는 두개골이 붙은 샴 쌍둥이를 수술하는 데도 성공해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 한양대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팀이 처음으로 가슴과 배가 붙은 남자 샴 쌍둥이 수술에 성공했다. 그 뒤 연세대병원,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에서도 샴 쌍둥이 수술을 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7건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사랑·지혜 자매 부모들은 싱가포르로 가기 전인 지난 5월 말 정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을 찾아가 딸들을 진찰하게 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전문가들은 자매의 상태가 국내에서도 쉽게 수술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 입원을 권유했으나 이들은 국내 병원의 재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치료비가 우리보다 몇배나 더 나오는 싱가포르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내 의료계는 한국의 의료 수준이 싱가포르에 견줘 떨어지고 의료비가 비싸 이들이 외국으로까지 나가 수술을 받은 것으로 국민들이 오해할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랑·지혜 자매는 검사·수술비로만 5천만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앞으로 추가 수술과 재활 비용까지 더하면 1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국내 신문·방송은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그 비용이 너무 심하게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정풍만 교수는 “이들 자매를 직접 진찰할 때 수술비는 1천만원 이하이며 재활비용까지 포함해도 몇천만원이면 된다”고 부모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95년 유정·유라 자매의 분리 수술을 한 적이 있는 연세대 의대 소아외과 황의호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나타냈다. 래플스 병원이 우리 대학병원에 견줘 의료비가 10배가량 더 비싸거나 근거 없이 심하게 부풀려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밝혔다.

수술로 한명만 살려 논란도

사진/ 7월22일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의 대변인 프렘 쿠마르 박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민사랑·지혜 자매의 분리수술이 성공적이었음을 밝히고 있다.(AP연합)
샴 쌍둥이 수술에는 첨단 의학기술과 장비가 동원되고 많은 의료진들이 참여한다. 어떤 수술은 사흘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비교적 쉬운 사랑·지혜 자매의 경우에도 의사를 포함해 모두 5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했다. 성형외과·소아과·비뇨기과·마취과·신경외과·방사선진단과 등 각 과목 최고 의료진과 미세수술, 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나 전산단층촬영장치와 같은 첨단 의료장비도 동원된다.

사랑·자매는 서로 공유하는 장기가 사실상 없어 아무런 논란 없이 손쉽게 수술을 끝냈지만 샴 쌍둥이 가운데 상당수는 심장과 같은 주요 장기를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해 이들의 분리수술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2000년 영국에서는 조디와 메리라는 이름의 샴 쌍둥이 자매 수술 문제로 나라 전체가 한동안 떠들썩했다. 수술을 받을 경우 조디는 목숨을 건질 수 있으나 조디의 심장과 폐를 함께 사용하는 메리는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는 수술에 반대했다. 가톨릭 교회도 “두 아이의 생명은 ‘신의 뜻’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마침내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영국 고등법원은 “한명이라도 살려야 한다”며 병원쪽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해 11월6일 맨체스터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 메리는 예상대로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는 샴 쌍둥이가 태어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현대 의학은 샴 쌍둥이가 태어날 경우 그 기형 정도가 심하더라도 안전하게 분리수술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기술을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의 탄생에 얽힌 비밀을 풀어 이들이 근본적으로 태어나지 않도록 하는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안종주 보건복지전문 기자/ 한겨레 사회부 jj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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