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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이버 자아/ 장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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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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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균/ 신경정신과 전문의
한국방송 <아침마당> ‘인터넷 문화’ 특집 ‘게임’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의 사이버 시위가 거세다. 아침마당의 패널로 참석한 유명한 프로게이머를 깎아내리는 질문을 해서 게임팬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게임 애호가들로부터 ‘게임 문화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란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혼란스런 가치체계

짧은 기간 동안 나라 전체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연결된 우리 사회에서 인터넷 문화에 대한 제작진의 문제의식은 시의 적절했다. 그러나 프로 게이머의 등장과 같은 사이버 세상의 문화적 변동을 읽지 못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 게이머라는 예전에 없었던 직업의 출현을 대다수 기성세대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인터넷의 매체 특성과 이에 대응하는 인간의 심리적·행동적 반응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빈약하다. 이번 사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새로운 현상이라고 생각되는 점은, 젊은 세대들이 사이버 시위라는 인터넷 공간만의 행동양식을 통해 새로운 인터넷 권력을 획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넷 문화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변화이면서 동시에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그 정체를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연예인 사망설을 허위로 퍼뜨린 대학생은 자신의 거짓말이 사이버 공간에서 낙서 이상의 의미로 개념이 변화되었음을 인식하고 있었을까? 어떠한 목적도 없는, 예전 같았으면 화장실 낙서에서나 등장할 법한 뜬소문이었다. 문제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시공을 넘어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특성. ‘사이버 명예훼손’이라는 범죄 행위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 대학생이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예상치 못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 사이버 공간의 혼란스러운 가치체계가 노출되고 있다. ‘자살 사이트’ ‘오프라인 모임 살인사건’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익명의 공간 인터넷 동호회에서 의사소통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했던 것일까? 불만족스러운 현실의 자신의 모습을 ‘아이디’로 대표되는 새로운 이상화된 사이버 자아로 ‘다중인격’을 형성했던 것일까? 익명성을 벗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감추고 싶었던 현실의 자신의 외모와 정체성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토론을 보면 사이버 문화와 현실 문화의 가치체계가 충돌하는 장면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토론의 기본 태도를 훈계하는 유교적 사이버 자아와 감정이 ‘탈억제’되어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 사이버 자아의 대결 구도는 아주 흔한 구경거리다.

사용자의 인지 능력이 중요

익명성으로 주체를 감춘 사이버 자아는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의 자아보다 억압된 욕망을 더 잘 드러낸다. 사이버 공간으로 투영된 자신의 욕망과 다른 사이버 자아와의 긴장과 갈등으로부터 자신을 성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토론보다는 독백과 같은 언어소통 형태로 인터넷이 쌍방향 매체라는 사실이 무색할 때가 많다. 한국적인 상황에서 토론은 독백, 자신의 욕망 드러내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특이하게도 정치, 오락, 성, 매스미디어, 상거래, 범죄 등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 똑같은 양상으로 재현되고 있다. 더 이상 ‘가상공간’이 아니라 ‘현실공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융합 현상’이 사이버 공간의 규범과 가치체계가 형성되기 직전의 과도기적 현상일까? 아니면 새로운 현상일까?

전세계가 거대한 인터넷의 실험장으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은 사용자의 인지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원활한 의사소통과 순기능적 사회관계를 이루려면 자신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도구, 즉 미디어의 특성과 이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적·행동적 반응을 성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장호균/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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