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정전 50돌을 맞아 뉴질랜드의 헬렌 클라크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클라크 총리는 이번 방한에 남편과 동반했다. 그러나 클라크 총리의 남편 피터 데이비스(56) 교수는 카메라 플래시에서 비껴나 있었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에서 보건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총리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클라크 총리가 정치학을 전공하고 대학교수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아-태 지역의 대표적인 중도좌파 정치인인 데 반해, 데이비스 교수는 사회학을 전공한 뒤 대학에서 보건정책을 가르치고 있는 아-태 지역의 대표적인 사회의학자이다.
노동당에서 잔뼈가 굵은 클라크 총리의 외조자답게 그 자신도 노동당의 오랜 풀뿌리 후원자임을 강조한다. 데이비스 교수가 이번에는 총리인 부인을 따라 방한했지만, 한국과의 교류는 아마 그가 먼저 튼 것 같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것은 1990년대 초. 그때는 학자로서 개인적인 방문이었다. 당시 사회의학을 연구하던 한국의 치과의사들이 데이비스 교수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내면서 한국의 학자-의사들과 교분이 트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뒤 부인이 야당 당수로 선출되고 한국을 함께 방문했으며, 이번에는 총리의 공식 동반자로 방문한 것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총리의 부군이 되면서 말과 행동에 약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활동에 비판적인 그의 견해가 정부정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는 것이다. 논문을 발표할 때에도 되도록 다른 학자들과 공저로 발표해서 쓸데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그러나 총리의 ‘영부군’으로서 좋은 점도 있다. 여행을 자주 하고 자기 전공 외의 사람들과 폭넓게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도 한-뉴 영화인 교류 모임에 참석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판문점에서 열린 정전협정 기념식에도 참석해 부인의 연설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놀란다는 데이비스 교수는 한국이 뉴질랜드의 반핵-평화 정책을 연구해보라고 권한다. 총리인 아내의 정치 역량에 크게 만족한다는 학자 남편의 표정이 아주 평온해보였다.
권은정 | 자유기고가

사진/ AFP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