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무명의 영웅’ 찾는 노기자

469
등록 : 2003-07-23 00:00 수정 :

크게 작게

미국 주류 언론에서는 그를 ‘동양인 언론인의 학장’이라 부른다.

동포 원로 언론인 이경원(75)씨는 수도 워싱턴의 언론박물관인 ‘뉴지엄’(Newseum)에 20세기를 빛낸 ‘언론인 500인’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최근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젊은이와 다름없는 왕성한 대외 활동으로 눈길을 모았다. 그는 미국 내 한인기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한-미기자협회’를 만들었으며, 동양계 언론인들의 단결을 위해 아시안아메리칸 언론인협회도 창설했다. 최근에는 한인 1.5세와 2세들의 미 주류 언론계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를 위시한 대학들에서 특강도 실시하였다. 그는 이런 활동이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 가치 체제를 알려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이씨는 ‘미주이민 100주년’을 맞아 초기 이민시절의 ‘무명의 영웅들’을 찾는 역사발굴 취재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젊은 시절의 그의 화려한 이력은 동포들에게 우상이나 다름없다. 그는 동양계로서는 최초의 미국 일간신문 기자였다. 한국전쟁 직전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유학생으로 도미해 웨스트버지니아대와 일리노이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955년부터 <킹스포트 타임스> 사회부 기자로서 맹활약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의 장기독재를 비판한 기사를 미 언론에 게재해 여권이 무효화되는 수난도 겪었다. 그는 또 70~80년대 미국의 동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이철수 사건’을 78년 최초로 보도해 퓰리처상 물망에 오르면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일간지 <새크라멘토 유니온> 소속의 사건추적 기자였다. 이씨는 미 언론에서만 40여년간 취재기자로 뛰면서 많은 특종기사를 써 <내셔널 헤드라이너스 클럽> 등에서 30여 차례 기자상을 받았다.

지난달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일로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한민족은 ‘한’(恨)의 역사로 병들어 왔다”면서 “그래서 지금 ‘한풀이’ 역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그는 “과거 ‘민족지도자’로 불리던 인물들은 외세와 결탁한 신뢰받지 못한 지도자들이었다”면서 “한국에는 지금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진정한 영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LA= 김지현 전문위원 lia21c@hotmail.com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