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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사진 찍으며 철학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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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1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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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러시아에서는 동포 사진작가 강에밀(37)씨의 철학과 디지털 문화를 접목한 작품세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98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레핀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러시아 미술가협회 정회원이라는 사실을 빼고는 이렇다 할 이력을 갖고 있지 않은 그가, 러시아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사진작가로 돌연 변신해 다른 작가들에게서 보기 힘든 특유의 작품성을 드러내고부터다.

그의 작품세계는 한마디로 “다양한 공간 속에 흩어진 순간을 연속적으로 포착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가령 일상생활에서 지루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출되는 새로운 이미지들을 하나의 탄탄한 줄거리로 엮는 작업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를 위해 그는 3년 전부터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공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1세기 변화에 걸맞은 선도적 이미지를 찾기 위해 작품 제작에 몰두해왔다.

‘시간, 밤, 선 및 근교들’이라는 주제로 이들 이미지를 한 데 엮은 그의 사진작품 제작안이 때마침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건설 300주년을 맞으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되었다. 그의 작품성이 인정되어 시 문화위원회에서 공식적 프로젝트로 선정한 것이다. 시는 그의 전시회를 직접 주최했으며, 이에 따라 그간 공들여 만들어온 많은 사진작품들이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돼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LG그룹의 후원으로 그의 작품집 시리즈가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특히 이번 작품집에서 그는 고감도의 디지털 사진작품 세계를 한껏 뽐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작가는 디지털 세계에서만이 가장 풍부한 자유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장면들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는 철학적 세계관은 디지털이라는 고도의 기술을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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