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오균(54), 박정희(55)씨 부부는 지난 4년 동안 손을 꼭 붙잡고 30개 나라를 다녀왔다. 50대의 이 배낭여행자 부부는 유스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 기차에서 자고 직접 요리를 해먹으며 스코틀랜드, 독일, 비엔나, 로마, 로키산맥과 멕시코, 인도, 네팔, 그리스 등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사랑할 때 떠나라>(성아출판)로 묶어냈다.
5년 전까지 미래가 탄탄한 은행 지점장이자 기업구조조정 전문가였던 남편 최씨가 여행가로 변신한 것은 아내 박씨의 난치병 때문이다. “첫눈에 반해 첫눈 내리는 산사에서 결혼식을 올린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가 1997년 어느 날 밤 저혈당 증세로 온몸이 마비되며 쓰러졌다. 당뇨 진단에 이어 심장과 눈, 갑상선 이상에 우울증까지 겹치며 유사 루프스 판정을 받은 박씨에게 의사들은 치료가 어려우니 숲으로 가서 요양하라고 권고했다. 남편은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고, 아내 박씨는 “조금이라도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을 때 세계여행을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털어놨다.
결혼 25년째를 맞은 1998년 그들은 드디어 길을 떠났다. “여행길에서 혼절한 아내를 부둥켜안고 죽음을 떠올리며 아찔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었다. 첫 여행에서 돌아온 박씨는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삶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재발견했고,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조금씩 건강을 되찾았다.” 그 뒤 부부는 여행이 주는 ‘치료’ 효과에 행복해하며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않을 때면 남편은 여행 칼럼니스트와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아내는 루프스 환자 모임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조계사에서 인생문제 상담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박씨의 병은 여전하고 하루에 4번씩 주사를 놓아야 하지만 “삶의 활력을 되찾으면서 병과 친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나라. 사랑할 때 떠나라”고 강조하는 이 여행 마니아 부부는 올 가을 남아메리카로 떠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부부의 여행기는 평생 계속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