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독도
등록 : 2003-07-10 00:00 수정 :
“‘유사법제’가 시행됨으로써 이제 독도는 일본 땅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국방부 초청으로 경남 진해의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한 해군 제독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다. 엉뚱한 얘기로 들려 귀를 의심했지만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이해가 됐다. 최첨단 전투함인 이지스함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유사시 순식간에 동해를 평정할 수 있는 해상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 해군도 4천t급 구축함을 몇대 보유하고 있으나, 이지스함과 비교하면 장난감 수준이다. 그래서 일본은 우리의 해군력을 0점으로 평가한다.” 정신을 차리고 들으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우리 속담에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돈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인데, 일본의 끊임없는 군사력 증강에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날 오후 상공에서 둘러본 독도는 더욱 고독해 보였다. 난생처음 만난 독도의 모습이 유난히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것은 군사대국을 꿈꾸는 최근의 일본 움직임 탓이리라. 세찬 파도 한가운데서 한반도를 뒤로 한 채 홀로 외롭게 일본열도를 노려보고 있는 독도. 일본이 유사법제와 자위대 이라크 파병으로 군사력을 확장하면서 또다시 독도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사이, 혹시 우리는 ‘집안 싸움’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잘못을 바로잡아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데에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북송금 특검과 150억원 비자금 수사, 노무현 대통령의 말말말, 노사갈등,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가 김운용 의원 탓이라는 의혹 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때로 모른 척하거나 너그럽게 넘어갈 수도 있는 국내 문제에 무조건 ‘목숨 걸며’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북핵 문제에는 눈을 부릅뜨면서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강 건너 불구경한 것은 아닌지도.
누구나 독도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지스함이 동해를 누비고다닐수록 독도를 자주 찾는 게 필요하겠다. 그래서 올 여름휴가 때 ‘독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독도의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상륙은 금지돼 있지만 섬 주변이라도 둘러보며 그 기개와 기상을 느껴보았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군대 대신 경찰로 구성된 독도수비대를 상주시켜왔다. 한-일 간에 평화를 염원하는 절제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대영제국’을 꿈꾸는 일본을 경계하지 않고서는 동북아시아의 중심 국가, 한국은 요원할 뿐이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