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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자전거 출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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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0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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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46)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아침이면 양복과 구두, 넥타이 대신 면바지와 티셔츠, 운동화에 헬멧을 준비하느라 부산하다. 자전거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순 첫 자전거 출근 이후 100일이 넘었다.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아파트 집에서 시청까지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 도착하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과음한 다음날엔 머릿속이 몽롱하지만 무악재 고갯길을 넘느라 페달을 학대하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사진/ 이용호 기자
“처음에 엄두를 내기가 어려워 그렇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어서 좋더군요. 아침에 한바탕 용을 쓰고 나면 상쾌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자전거 출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두 가지였다.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이명박 시장이 지하철로 출근하는 것을 보고 처음엔 지하철이나 버스 출근을 생각해봤는데 노선 사정상 여의치 않더군요. 때마침 MTB(산악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이 제게 자전거를 한대 선물했습니다.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죠.”

그는 시청에 도착하면 직원 체력단련실에서 샤워를 한 뒤 양복으로 갈아입는다. 한번은 시간이 급해 자전거를 체력단련실 안에 들여놓으려다가 미화원 아줌마로부터 쫓겨날 뻔했다. “내가 부시장인데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러니 편의 좀 봐달라”고 했으나 헬멧을 쓴 그를 알아보지 못한 아주머니는 “니가 무슨 부시장이냐. 빨리 나가라”며 막무가내였다.

번거로운 점도 많다. 승용차로 출근할 때보다 30분쯤 일찍 집을 나서야 하고, 밤이면 각종 저녁 약속이 많은 탓에 바퀴를 분리해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퇴근한다. 사고의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자전거로 출근할 생각이다. 요즘엔 자전거에 재미를 붙여 동네에서도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탄다. 덕분에 7월5일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경북 상주시와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가 함께 주최한 제9회 자전거의 날 기념식 때 김완주 전주시장과 함께 ‘올해의 자전거인상’을 받기도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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