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환씨 등 계속되는 선언… 완고한 현실 조금씩 풀리는 가운데서도 오해의 벽은 두텁기만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격월간 잡지 <아웃사이더> 발행인 임성환(26)씨가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평화주의자 오태양씨가 비종교적 이유로 처음 병역을 거부한 지 1년8개월이 지난 뒤였다. 그의 뒤를 이어 유호근·나동혁씨 등이 차례로 신념에 따라 총 들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청년으로 병역을 거부한 것은 임씨가 7번째다.
법원도 최소형량 선고하기 시작
잇따른 집총거부 선언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완고했던 현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법원은 3년형을 선고하던 관례를 깨고, 병역거부자들에게 재징집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형량인 1년6개월형을 선고하기 시작했다. 현행 병역법이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현직 판사가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또 “잘못된 신념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여호와의 증인 신자의 수감시설 내 종교행사를 금지해왔던 법무부도 최근 이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해와 편견은 좀처럼 바뀌기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군대에 가는 사람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씀이신가요?” 한 기자의 질문에 회견장에서는 곳곳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한동안 자리를 비우더라도 회사에 문제가 없도록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네요.” 7월3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성환씨는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20대 초반 대학을 뛰쳐나와 벤처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젊은 사업가의 병역거부 선언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회사 홈페이지(www.eoutsider.co.kr) 게시판은 임씨의 선택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삽시간에 봇물을 이뤘다. 우리 사회에서 군입대는 ‘전정한 남성’으로 거듭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군복무라는 권위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병역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따돌림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병역특례제도를 통해 쉽게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씨가 굳이 병역거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까닭이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아웃사이더> 발행인으로 일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인터뷰 기사를 싣게 됐고,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평소 평화주의와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오다 올해 초 병역거부 결심을 굳혔다. 병역거부 운동이 한국 시민운동과 저항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국가와 사회의 폭력에 맞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동참하길 희망한다.” 병무청은 이날 임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입대를 결정한 젊은이나 집총을 거부하기로 한 젊은이나 병역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택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 사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입대 영장을 받아드는 순간 병역문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의 결정은 양심적이고, 다른 쪽의 결정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현재 1400여명 수감 중
이라크지원연대(http://iraqpeace.ngotimes.net)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원생 염창근(26)씨는 지난달 중순 입대영장을 받았다. 입대 예정일은 오는 7월16일. 군입대를 앞둔 또래들이 그렇듯 염씨도 막상 닥친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지난해 병역거부를 선언한 예비 병역거부자다.
“병역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히긴 했지만, 막상 입대영장을 받고 보니 사실 실감하기 어렵더라고요. 그동안은 내 문제이면서도 조금은 떨어져 있는 문제라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영장이 나오니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더군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평화팀 지원문제도 정리해야 하고, 학업문제도 그렇고….”
그는 평화주의라는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결심했고, 전쟁에 반대한다는 소신에 따라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을 벌였다. 대체복무가 허용된다면 그는 중증 장애인 시설이나 무의탁 노인 보호시설 등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제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8번째 병역거부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한겨레21>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병역의무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양심의 자유도 헌법정신에 입각해 존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조건이 비슷한 대만과 이스라엘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고, 유엔 인권위도 이를 인권존중이라고 본다.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신앙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 판정요건을 엄격히 하고, 이들이 대체복무를 할 경우 군복무보다 무거운 부담을 부과하는 등 악용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에 따르면, 현재 전국 각 교도소에는 1400여명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돼 있다. 이 가운데는 1년6개월 이상 복역한 젊은이만도 450여명에 달한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사진/ 7월1일 열린 임성환씨의 병역거부 기자회견. “더 많은 사람들이 소신을 바탕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동안 자리를 비우더라도 회사에 문제가 없도록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네요.” 7월3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성환씨는 밝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20대 초반 대학을 뛰쳐나와 벤처업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젊은 사업가의 병역거부 선언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론의 인터뷰 요청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회사 홈페이지(www.eoutsider.co.kr) 게시판은 임씨의 선택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삽시간에 봇물을 이뤘다. 우리 사회에서 군입대는 ‘전정한 남성’으로 거듭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군복무라는 권위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병역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따돌림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병역특례제도를 통해 쉽게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임씨가 굳이 병역거부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까닭이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아웃사이더> 발행인으로 일하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인터뷰 기사를 싣게 됐고,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평소 평화주의와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오다 올해 초 병역거부 결심을 굳혔다. 병역거부 운동이 한국 시민운동과 저항사에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국가와 사회의 폭력에 맞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동참하길 희망한다.” 병무청은 이날 임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입대를 결정한 젊은이나 집총을 거부하기로 한 젊은이나 병역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선택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 사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입대 영장을 받아드는 순간 병역문제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의 결정은 양심적이고, 다른 쪽의 결정은 비양심적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다. 현재 1400여명 수감 중

사진/ 병역거부를 선언한 임성환(왼쪽)씨와 염창근씨.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아닌 병역거부 선언자는 현재 총 7명이다.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