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결정과정에서 노동자위원 집단 사퇴…월 56만여원은 근거 없는 숫자놀음이었을 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6월27일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올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월 56만7260원(시급 2510원)으로 결정했다. 현행 최저임금(시급 2275원·월 51만4150원)에 비해 10.3%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 결정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그런데 올 것이 온 것일까?(<한겨레21> 465호 참조) 이번 최저임금은 위원(노·사·공익위원 각 9명씩) 중 노동자위원 9명이 집단 사퇴한 가운데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최임위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들이 번갈아가며 집단 퇴장한 가운데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파행을 여러 차례 겪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퇴장이 아니라 ‘집단 사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자위원들은 하루 전에 열린 제6차 전원회의에서 “현행 최저임금제도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인상안을 내야만 공익위원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 공익위원들이 시소를 타듯 노사 양쪽의 손을 들어주는 현행 제도로는 저임금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사퇴서를 제출했다. 공익위원 9명 가운데 노동자추천위원인 윤진호 교수(인하대)와 여성민우회 정강자 공동대표도 이날 동반 사퇴했다. 이들은 “최임위가 저임금 구조를 온존시키는 도구로 전락한 데 자괴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쪽은 “우리가 회의에 끝까지 참여해 협상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2% 더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또 다시 절망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실리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이참에 최임위 결정구조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 싸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들과 일부 공익위원들의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일까? 겉으로 보면 최임위가 다소 움찔했을 뿐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임위는 최종 결정 하루 전날 양대 노총에 공문을 보내 "사임서가 수리되지 않았으므로 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상태"라며 몇 차례 참석을 요구했다. 최임위 김동회 상임위원은 “자발적으로 사퇴했더라도 대통령이 수리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듭 참석을 요구했는데도 노동자위원들이 출석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날 최종 회의에서 최종태 위원장은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지만 집단 사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나는 당당하게 공익위원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부도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 임무송 임금정책과장은 “노동자위원들의 사퇴는 항의 표시일 뿐이다. 복귀하도록 설득해 나갈 것이다.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최저임금의 의미와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막판에 “좀더 성의 보여라” 그러나 올 최저임금이 결정된 과정은 최임위가 더 이상 이대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용자위원들은 몇 차례 수정안을 내면서 장난하듯 시간급을 10원씩 올렸다. 애초 시급 2355원(월 53만2230원)을 요구안으로 제출했던 사용자위원들은 6월13일 10원을 올려 시급 2365원을 내밀었다. 이어 6월20일 회의에서도 또 다시 10원을 올려 시급 2375원을 사용자쪽 안으로 제출했다. 노동자위원들이 첫 요구안(시급 3100원·월 70만600원)에서 대폭 양보한 시급 2930원(월 66만218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하자, 그때서야 사용자쪽은 8.4%(시급 2465원) 인상안을 재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버텼다. 사용자위원들이 8.4%를 수정안으로 내놓은 근거는 뭘까? 생계비도, 노동생산성도, 물가상승률도 아니다. 지난해 인상률이 8.3%였으니 올해는 좀더 올려준다는 명목에서 “그러면 0.1%만 더 올려주자”고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최저임금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숫자놀음(?)으로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위원의 집단 사퇴에 다소 부담을 느꼈는지 공익위원들은 막판에 사용자위원들한테 “조금 더 성의를 보여라”며 10% 인상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이번 최저임금은 최임위 위원 중 노동자위원 9명이 집단 사퇴한 가운데 결정됐다. 1988년부터 파행을 겪어왔지만 어느 한쪽이 집단 사퇴하기는 처음이다.(박승화 기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쪽은 “우리가 회의에 끝까지 참여해 협상하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2% 더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또 다시 절망적인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실리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이참에 최임위 결정구조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 싸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최임위는 노동자위원들과 일부 공익위원들의 전원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제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일까? 겉으로 보면 최임위가 다소 움찔했을 뿐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최임위는 최종 결정 하루 전날 양대 노총에 공문을 보내 "사임서가 수리되지 않았으므로 회의에 불참하고 있는 상태"라며 몇 차례 참석을 요구했다. 최임위 김동회 상임위원은 “자발적으로 사퇴했더라도 대통령이 수리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듭 참석을 요구했는데도 노동자위원들이 출석하지 않은 만큼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날 최종 회의에서 최종태 위원장은 “회의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지만 집단 사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나는 당당하게 공익위원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부도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고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 임무송 임금정책과장은 “노동자위원들의 사퇴는 항의 표시일 뿐이다. 복귀하도록 설득해 나갈 것이다.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최저임금의 의미와 여건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막판에 “좀더 성의 보여라” 그러나 올 최저임금이 결정된 과정은 최임위가 더 이상 이대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용자위원들은 몇 차례 수정안을 내면서 장난하듯 시간급을 10원씩 올렸다. 애초 시급 2355원(월 53만2230원)을 요구안으로 제출했던 사용자위원들은 6월13일 10원을 올려 시급 2365원을 내밀었다. 이어 6월20일 회의에서도 또 다시 10원을 올려 시급 2375원을 사용자쪽 안으로 제출했다. 노동자위원들이 첫 요구안(시급 3100원·월 70만600원)에서 대폭 양보한 시급 2930원(월 66만2180원)을 수정안으로 제출하자, 그때서야 사용자쪽은 8.4%(시급 2465원) 인상안을 재수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올릴 수 없다고 버텼다. 사용자위원들이 8.4%를 수정안으로 내놓은 근거는 뭘까? 생계비도, 노동생산성도, 물가상승률도 아니다. 지난해 인상률이 8.3%였으니 올해는 좀더 올려준다는 명목에서 “그러면 0.1%만 더 올려주자”고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이 걸린 최저임금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숫자놀음(?)으로 결정되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위원의 집단 사퇴에 다소 부담을 느꼈는지 공익위원들은 막판에 사용자위원들한테 “조금 더 성의를 보여라”며 10% 인상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