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유리창 안으로 보이는 깔끔한 내부. 거리마다 두세개씩 있는 약국은 후줄근한 다른 동네 가게들에 견줘보면 썩 괜찮은 일터 같아 보인다. 영업도 영업이지만 흰 가운을 입은 약사와 직원들이 일하는 약국은 휴머니즘 정신을 어느 정도 바탕에 깔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국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조건은 놀라울 정도로 열악하다. “약국노동자는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정규직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월급·노동시간·휴일만 정할 뿐 연월차와 휴식시간, 퇴직금, 초과근무수당 등은 사업주(개국 약국장) 뜻대로 정해진다. 약국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미조직 노동자라서 아무런 항의도 못한 채 꾹 참아오기만 했다.” 약국노동조합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김선기(28·약사)씨는 이제 약국 노동자들도 집단적 싸움이 가능하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사업주인데 약사들이 노조를 결성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될지 모르지만, 약국은 개업한 약국장이 있고 거기에 고용된 근무약사와 일반직원(전산원 및 조제보조원)들로 구성된다. 약국노조(준) 회원을 보면 근무약사와 일반직원이 절반씩이다. 약국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당 57시간이다. 그러나 약국장들은 초과근무수당은 물론 연월차 휴가도 주지 않아왔다.
퇴직금을 요구하면 “관행적으로 안 줘왔는데 무슨 퇴직금이냐?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며 해고하기 일쑤다. 그러나 “약사가 무슨 노동자냐? 약국처럼 영세한 소규모사업장에서 무슨 노동조건을 따지느냐”며 무시하던 약국장들도 약국노조(준)의 투쟁이 본격화된 이후 점차 근로계약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약국노조와의 몇 차례 싸움에서 패배해 어쩔 수 없이 노동조건 개선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약국노조(준)를 이끌고 있는 회원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국노조(준)의 활약상과 힘을 느낀 약국 노동자들이 온라인(www.yakguknojo.org)을 통해 대거 모여들고 있다. 준비위원회란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노조로 발돋움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사진/ 김선기 약사(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