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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흥분하는 일본인들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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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1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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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도쿄의 큰 서점 신간코너에는 ‘북조선’ 관련 책이 넘쳐난다. 일본 도쿄의 대형서점들에는 북한 관련 책들이 10여권 가까이 쌓여 있었다. 글쓴이들은 탈북자, 한국 극우논객, 일본 납치자 가족, 일본 자유기고가 등 다양했다.

단행본뿐 아니라 신문, 주간지, 월간지, 방송 등도 연일 북한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일본인 납치사건이 불거진 뒤 일본에서 ‘북조선’은 화제의 중심에 있다.

덕분에 재일동포들이나 한국 유학생들도 주변 일본인들로부터 질문공세에 시달린다. 교환학생으로 일본에 온 권송이(23)씨는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동료들이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외국에서 이민족에게 동족을 헐뜯는 말을 하기도 그렇고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북한을 다룰 때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납치’, ‘지옥’, ‘악마’, ‘기아’, ‘고문’, ‘독재’, ‘수용소’, ‘핵무기’ 등이다. 일본 사람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기본 시각은 ‘시대착오적인 국가’, ‘세뇌’, ‘유사종교집단’ 등으로 고정화되어 있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에서 보면 북-일 국교 정상화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북조선을 할퀴는 광풍이 몰아치는 일본에서 강상중 도쿄대 사회정보연구소 교수가 펴낸 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일-조(북)관계의 극복>이었다. 이 책은 6월 초 일본 도쿄 이케부크로 지하철역 근처 대형서점인 ‘호린도’에서 종합판매순위 7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강 교수의 책은 감정적 선동과 무근거한 폭로로 일관하는 일본 서점가에서 청량제 구실을 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해방 이후 분단, 전쟁, 대립의 남북한 현대사를 설명하면서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교섭 중단이 본질적 위기를 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 차원에서 북-일 국교 정상화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인류사상 최악의 범죄’라고 흥분하지만 과거사와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주장은 외면하는 일부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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