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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포주 뒤에는 돈먹은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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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0-2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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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생존자 윤락업소 수금 경찰 폭로… 상납비리 연루자 밝혀야 축소수사 혐의 벗어

(사진/감금된 채 잠자고 있던 여성 5명이 목숨을 잃은 군산 대명동 골목 화재현장)
<한겨레21> 328호에 보도했던 ‘군산 대명동 쉬파리 골목 화재사건’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했던 김아무개(29)씨는 당시 본지와의 짧은 인터뷰 뒤 여성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를 거쳐 현재 안전한 장소에 머물고 있다. 포주나 경찰의 위협이 없는 곳에 있고 싶다는 본인의 뜻을 따른 것이다.

김씨는 지난 10월13일 변호사 배금자씨의 사무실에 나와 장문의 ‘진술서’를 썼다. 진술서에는 의혹만 무성했던 경찰과 포주의 유착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 저는 박OO(구속된 포주)이가 올해 추석 전날 파출소 경찰관에게 돈을 준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날 늦은 밤에 파출소 경찰관이 업소에 방문해서 박OO과 5분간 이야기하고 나간 직후 돈을 준비해, 그 윤락업소에서 모두 수금해서 경찰관에게 갖다주는 다른 포주에게 맡겨놓고 왔다고 했습니다. 그 경찰관의 특징은 통통하고 표준키, 나이가 든 사람이었습니다.” 김씨는 해마다 추석과 설날에 포주들이 돈을 거두거나 계를 들어 경찰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생존자 무방비 상태로 10여일 방치


김씨는 또한 화재가 난 업소의 ‘실제포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 박OO은 저를 감시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실제 우두머리 포주는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포주는 이OO이라고 들었습니다. 군산 손님들도 이 업소 실제주인 이OO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OO의 부인 박OO도 저와 2층 아가씨들에게 이OO 밑에 행동대원들이 많고 두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피해자 김씨를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것도 축소수사 혐의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김씨는 경찰조사를 받기 전 열흘 가까운 시간 동안 포주의 협박에 시달렸다. “박OO은 사고 직후 자기 친구(깡패조직원 봉OO) 집으로 저를 피신시켰습니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박OO의 선배(깡패조직원 한OO) 집에 저를 또 피신시켰습니다. 박OO은 선배를 통해서 저를 출두시켜 경찰에다가 감금당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자신의 죄를 가볍게 하도록 하는 작업을 한 뒤에 자수를 하였습니다.”

생존자 김씨는 광주에서 군산으로 팔려온 뒤 지고 있던 빚 420만원과 소개비 200만원을 다 갚고도 “도망가면 친구들을 시켜 너를 끝까지 찾아내고 흑산도로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렸다. 그러면서 출입을 봉쇄당한 채 계속 매춘을 강요받고 화대를 뜯기면서 빈털터리로 지냈다.

전북경찰청은 뒤늦게 상납비리에 연루된 경찰과 공무원에 대한 수사를 확대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북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상납할 돈을 모았다는 ‘수금업주’ 전아무개씨를 조사하고 있지만 전씨가 ‘돈을 모았지만 상납은 안 했고,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렸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말한다. 군산경찰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맹비난이 쏟아지자 뒤늦게 실제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씨를 사문서 위조혐의로 구속했다. 처남(구속된 포주 박아무개씨)의 차량을 허락도 안 받고 팔았다는 엉뚱한 죄목이었다.

현재 군산의 시민사회단체는 이씨의 뒤에 또다른 실세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 살인전과까지 있는 이씨가 지난해 화재가 난 업소의 바로 옆 건물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5명의 여성을 감금·매춘강요·폭행하고도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이라는 경미한 처벌을 받은 사실과, 이번에도 경찰의 수사에서 계속 보호되고 있는 사실을 들었다. 당시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노아무개 변호사가 군산지청장 출신의 ‘지역실세’라는 점도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는 중이다.

시민단체, 경찰·시공무원 형사고발

화재현장에서 숨진 5명의 유족들을 대신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해온 민변 공동변호인단 17명은 10월2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연 뒤 서울지방법원에 대한민국, 군산시, 구속된 포주들을 공동피고로 한 소송장을 제출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시민사회여성단체들은 같은 날 군산지검에 경찰과 시공무원을 직무유기, 뇌물수수, 윤락행위방조, 감금방조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실제포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OO씨를 감금치사 혐의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여성단체연합 최성미 부국장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타는 나라에서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감금된 채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고, 수사기관과 공무원이 업주와 유착해 이를 방조·묵인·비호하는 현실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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