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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유지은- “뿌듯한 나의 한-베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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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1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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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어-한글 사전’은 있었지만, ‘한글-베트남어 사전’은 없었다. 두 나라가 각별한 역사적 관계를 지녀왔고, 1992년 재수교 뒤 활발한 교류를 펴왔음에도 양국 모두 이 사전을 만들지 못했다. 결국 베트남어를 공부하는 한국인들은 ‘영어-베트남어’사전에, 한글을 공부하는 베트남인들은 ‘영한사전’에 의존해왔다.

사진/ 유지은(류우종 기자)
유지은(28)씨는 그래서 더더욱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드디어 올해 봄 ‘한국어-베트남어 사전’(하노이 박호아 출판사)을 베트남에서 발간했기 때문이다. 그는 베트남 프리랜서 언론인인 응웬 티 또 떰(60)씨와 함께 이 사전의 공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물론 석달 차이로 베트남인 레 후이 콰씨가 만든 ‘한-베트 사전’에 최초 발간의 기록을 빼앗겼다. 하지만 베트남어 전문가들은 ‘사전 꼴을 갖춘 유일한 한글-베트남어 사전’은 유씨의 것이라고 꼽는다. 뜻풀이의 정확도, 단어와 용례의 양에서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유씨는 베트남에서 자신에게 한글을 배운 응웬 티 또 떰씨의 제안으로 99년부터 이 사전을 함께 만들었다. 만 4년간의 작업이었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93년 9월부터 베트남 생활을 시작한 유씨는 호치민대 베트남역사학과를 졸업했지만, 사전을 편찬할 만큼 언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건 떰씨도 마찬가지였다. 한영사전과 영한사전을 참고해가며 글을 다듬고 또 다듬은 그들의 무기는 노력과 열정이었다. 덕분에 ‘비전문가의 작품’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이 사전은 베트남의 서점에서 독자들의 호평 속에 판매되고 있다.

“베트남어의 매력이요?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다양하죠. 6성 구조라 여자들이 말할 땐 경쾌한 노래를 듣는 것처럼 리듬감이 있어요.” 그러나 유씨는 현재 베트남을 떠나 한국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구슬공예 학원 강사로 나간다.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베트남 이주노동자를 위해 동시통역 봉사를 하는 그는, 2~3년 뒤 베트남으로 다시 돌아갈 꿈을 꾸며 살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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