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들은 실제로는 ‘남들에게 얻어먹고 사는 삶’이지요. 참선·염불도 더없이 중요한 수행이긴 하지만 땀을 흘리며 제 먹을 것을 얻는 일도 중요하지요.”
종교인이든 보통 사람들이든 쾌적한 삶을 포기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법장(49) 스님 역시 그랬다. 해인사에서 10년 동안 도서관장·학감을 지내며 우러름을 받다가 홀로 오지산골로 떠난 것은 ‘제2의 출가’나 마찬가지였다. 전기도 전화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짝, 전라남도 화순 모후산 시적암에서 5년째 혼자 수행하고 있는 법장 스님이 그간의 이야기를 담은 수필집을 냈다. <사람이 그리운 산골이야기>(바보새 펴냄).
수행자의 삶이 원래 외로운 것 아니냐 했지만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조차 2.5km 산길을 올라야 하는 암자에서 하루종일 사람 낯 한번 보지 않고 살려니 정말 사람이 그리웠다. 산중에 파묻혀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인지, 수필집에는 스치고 잊혀졌을 법한 자잘한 인연들을 살뜰히 가꿔온 이야기들이 많다. 승가대학 다닐 때 보살핌을 받았던 후원자의 죽음, 지갑을 주워준 계기로 친구가 된 동갑내기 보살과의 우정, 철마다 감옥으로 속옷을 보내드렸던 장기수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글 등 속정이 갈피마다 배어난다.
하지만 산골 생활은 외로움보다도 노동을 필요로 하는 힘겨운 일터였다. 첫해에는 경험이 없어 농사를 망치고선 망연자실하기도 했고, 발전기가 고장 나 애를 태우기도 여러번이었다. 그래도 법장 스님은 외로운 산사 생활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달빛이 없는 날이면 별이 더욱 총총히 빛난다는 걸, 반딧불이는 꼭 다슬기가 있어야 산다는 것도 알게 됐죠. 밤이슬을 보면 다음날 날씨가 어떨지도 예측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직접 키운 먹을거리를 지인들과 나눠 먹을 때가 보람이 커요.”
번민이 많던 스무살, 절에 들어오면 꼭두새벽에 예불을 올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출가했던 그는 “오히려 백짓장 같았기에 절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편견 없이 투명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몇년 동안만 절에 살다 나가야지 했다가 30여년을 보냈습니다. 종교인의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사는 것이 자신에게도, 중생에게도 가장 참된 것이 아닐까요.”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