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위하여 여행을 변호한다
등록 : 2003-06-03 00:00 수정 :
“솔직히 변호사 일보다는 넓은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이 더 좋아요. 바쁠수록 더 틈을 내서 여행을 다녔습니다.”
민변 회장을 지냈고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최영도(65·참여연대 공동대표) 변호사가 <세계문화유산기행- 앙코르·티베트·돈황>(창작과비평사)을 펴냈다. 문명의 지층이 두터운 세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의 느낌과 여정, 사진들을 더한 이 책은 그곳의 역사에 대한 애정을 담은 탄탄한 역사기행서다.
유신정권의 법관 재임용 거부로 판사직을 빼앗긴 뒤 군사정권 시절 많은 시국사건에서 변론을 맡았던 그가 세계문화유산 답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9년 마드리드 세계법률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첫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자료조사와 공부를 바탕으로 그가 짠 문화유산 답사일정은 동료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미리 공부하지 않고 여행을 하면 불안해서 못 견딘다”는 그는 엄청난 학구파다. 떠나기 전 갈 곳의 역사와 문화를 꼼꼼히 공부하고 현지에 가서는 이를 확인하고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며 사진을 찍는다.
지금까지 그가 여행한 곳은 55개 나라, 이집트·그리스·터키·인도·중국·멕시코·페루 등 인류문명사를 풍부하게 말해주는 곳들이다. 가장 흥분됐던 여행은 파키스탄에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를 지나 시안까지 갔던 실크로드 일주. “험난한 자연을 이겨내며 동서 문명이 교류했던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기의 돈황 부분은 그 일부다.
인권변호사의 ‘방랑벽’에 대해 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인권이잖아요. 인류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역사를 돌아보고 다른 세상을 많이 만날수록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알게 된다”고 말한다. 미술전시회에 어린 아들을 데려가곤 했던 ‘멋쟁이’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년 동안 골프도 안 치고 술도 안 마시며 사재를 털어모은 토기 1578점을 2000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기는 미술사와 역사학에 대한 그의 ‘내공’의 종합판이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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