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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시골 럭비팀, 누가 깔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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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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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중학교 럭비팀이 창단 5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잇따라 금빛 터치를 일구며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창단 1년 만인 1999년 첫 출전한 전남체전 우승, 2000년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중·고럭비선수권대회 우승, 2001년 전국소년체전 준우승, 지난 5월25일 대전에서 열린 충무기쟁탈 전국 중·고럭비대회 우승…. 해마다 전국대회를 휩쓸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공포의 팀은 전남 진도군 진도중학교 럭비팀.

사진/ 연합
어린 선수들이 스크럼을 짤 때마다 불패의 신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영광의 뒤편에는 시골 중학교의 안타까운 현실이 있었다. 찬밥 대접 받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 같은 건 오히려 사치다. 훈련비는커녕 출전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기 일쑤다. 전국대회에 한번 나가려면 어렵사리 모아온 적금을 깨듯 큰맘을 먹어야 한다. 시골이라서 돈 얘기만 나오면 학부모들이 손사래를 친다. 진도중 최평화 교장(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서울까지 가는 버스비와 숙박비용을 합쳐 700만∼800만원 든다”며 “출전비가 없어서 1년에 여섯 차례 있는 전국대회 중 한두개 대회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럭비팀 선수는 총 35명. 그러나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판이라 전국대회가 열리면 경기에 꼭 필요한 최소인원만 데리고 대회에 나간다. 이런 처지를 딛고 이룬 전국대회 제패는 선수들의 투지와 범준(50·뒷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감독, 이명남(43·뒷줄 맨오른쪽) 코치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럭비팀은 20여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진도중 럭비팀은 돈이 없어서 방학 중에 다른 곳으로 전지훈련도 못 간다. 오히려 한수 배우려고 다른 지역 럭비팀들이 진도중학교로 전지훈련을 내려오고 있단다(061-544-2414).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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