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발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막가자는 거지요”, “잡초 정치인” 등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쏟아낸 특유의 ‘화법’ 가운데 백미라고 할 만한 발언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직을 그만두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논쟁이 가라앉지 않는 걸까. 논쟁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방문 때는 저자세 외교와 북한 자극하기로 일관하더니, 돌아와서는 권위적이면서 고압적인 태도로 한총련과 전교조를 대한 탓이다. 나라종금 사건의 ‘동업자’ 안희정씨와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형 건평씨도 한몫했다.
그러나 혼란스럽다.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지지자들끼리, 정부 당국자와 측근들은 또 그들끼리,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인식과 원인분석, 해법 등에서 큰 시각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내심 흐뭇해하며 노 대통령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면 더욱 그렇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던가. “힘으로 밀어붙이니 못해먹겠다”는 노 대통령도, “소신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보니 분노와 절망이 끓어오를 뿐”이라는 지지자들도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 초심으로 되돌아갔으면 한다. 그리고 토론을 통한 화해와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탄생시킨 참여정부이며, 산적해 있는 많은 개혁과제들을 생각하면 갈 길이 너무 멀다. 갈등이나 불신 따위를 키우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너무 한가롭게 보인다. 다시 원점에서 한총련 합법화를 얘기하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얘기하고, 새만금을 얘기하고, 의정부 여중생 사망 1주기와 북한 핵을 얘기하면 된다.
토론을 좋아하고 ‘국민이 주인’이라고 외쳤던 ‘바보 노무현’이 앞장서야 한다. 노 대통령의 초심은, 지난해 10월 그가 펴낸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의 ‘리더십과 문제해결’ 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 같은 나라의 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때로는 갈팡질팡할 때가 있다. 사소한 문제에 집착해서 한참을 우회하기도 하고 목표를 상실한 채 딴 방향으로 사태를 끌고 가기도 한다. 이럴 땐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되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천만이 남았다.
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을 때 열어주는 ‘백일잔치’는, 영아사망률이 꽤나 높던 그 옛날에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시점을 100일로 정해 다 함께 무병장수를 빌어주는 관습이었다고 한다. 취임 100일째 되는 6월4일, ‘잔치’까지야 벌이지 않더라도 서로의 갈등과 우려를 씻기 위해 대통령이 국민을 찾아가는 그런 조촐한 자리라도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한겨레 김봉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