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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반가워요, 교통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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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28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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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
경남 남해 상주해수욕장 부근 상주초등학교 학생들은 날마다 푸른 제복차림의 박시동(76) 할아버지를 만난다. 등교시간인 아침 8시께면 어김없이 박씨가 학교 정문에 나와 교통지도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붙여진 별명이 ‘교통할아버지’.

박씨가 교통지도에 나선 것은 5년 전인 1998년 3월 외손자 김경민군이 입학하면서부터였다. 학교정문 바로 앞에 도로(국도 19호선)가 있는데, 관광지인 탓에 차량통행량이 많아 사고위험이 높았던 것. 박씨는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교통지도를 자신이 전담하겠다고 나섰다. 박씨의 뜻이 워낙 강해 다른 학부모들도 동의했다. 이후 박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문에 ‘출근’해 학생들의 안전을 지켰다. 학교에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엔 오후 하교시간에도 나와 교통을 정리했다.

이제 학생들은 ‘교통할아버지’를 보면 큰 소리로 인사하는 게 습관이 됐다. 처음엔 빤히 쳐다보기만 하며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친할아버지처럼 따른다. 택시기사들도 학교앞을 지날 땐 속도를 줄인 뒤 차창을 내리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넨다. 학부모들은 박씨에게 푸른 제복을 선물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젊은시절 연극에도 몰두했던 박씨는 “외손자의 안전이 걱정돼 시작한 일인데 이젠 인생말년의 큰 낙이 됐다. 늘 천진한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셈이니 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재학 중인 두 외손자가 졸업한 뒤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학교앞을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주초등학교 교무주임인 안수남 교사는 “할아버지의 활동이 학생들의 예절교육에도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월급을 준다 해도 할아버지처럼 성의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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