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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라디오 특종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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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2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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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이뤄지는 뉴스메이커들의 아침 시사프로 출연… 방송사마다 PD 집중배치

“오늘 누가 출연하시죠? 기사 쓸 만한 말씀을 하시나요?”

오전에 기사를 마감하는 석간신문 기자들은 요즘 새벽마다 라디오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누구를 인터뷰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칫 챙기지 않았다가 ‘물을 먹는’(기사를 낙종하는) 사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나와 ‘뉴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올 경우 이를 <연합뉴스>와 텔레비전, 인터넷 매체, 신문들이 뒤를 이어 보도하는 양상이 일상화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때부터 관행화


일러스트레이션 | 최선영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경선주자들이 매일같이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 관행화하면서 뉴스메이커들의 아침 라디오 출연은 지금까지 거의 매일 이뤄지고 있다. 5월17일 민주당 신주류 핵심인 천정배 의원은 <문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소수가 반대하더라도 큰 틀에선 민주당 전체가 신당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5월16일에는 미국 현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반기문 청와대 외교보좌관이 같은 방송에 나와 “북한 핵문제의 전개과정에 따라 남북교류의 규모나 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메이커들의 이 같은 발언은 뉴스 가치가 클 경우 모든 매체에 기사화된다.

미디어들 사이의 전통적인 힘의 역관계를 뒤집어놓은 이런 현상은 <문화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다른 라디오 방송사들로 번져가고 있다. <한국방송>의 ‘안녕하십니까 정관용입니다’와 의 ‘정진홍의 SBS 전망대’ 등은 같은 시간대(오전 6~8시) 시사프로그램으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라디오 매체의 강점을 시사프로그램에 접목시키기 위해 당사자 제일주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어떤 분야가 됐든 해당 이슈의 중심인물과 직접 인터뷰하자는 것이다. 전화만 연결되면 전 세계 어디라도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라디오 매체의 강점도 이 원칙을 뒷받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물연대 파업 건이면 노조 간부와 직접 통화하고,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여성부 장관을 직접 인터뷰하는 식이다. ‘…시선집중’의 김현수 PD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기자가 취재원을 취재한 결과를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기사화하지만, 생방송 라디오에서는 취재원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는 뉘앙스와 숨소리까지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SBS 전망대’의 이재익 PD 역시 “회를 먹는 것처럼 날것 그대로 전달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은 이런 직접성과 친근함 때문에 일종의 희열과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인기는 자동차 1천만대 시대의 도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관용입니다’의 최영 PD는 “지금과 같은 ‘소리시대’에서는 자동차 안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며 “시사정보의 주 수요층인 30~40대 직장인들이 아침 6시에서 8시까지 있는 곳은 바로 자동차 안”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 프로그램은 모두 조간신문을 브리핑해주는 코너를 두고 있다. 신문을 꼼꼼히 읽지 않아도 시사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서비스하자는 의도다.

뉴스생산과 특종경쟁 점점 심해져

사진/ 유일하게 광고가 없는 한국방송의 진행자 정관용씨(왼쪽). SBS의 진행자 정진홍씨(오른쪽)는 4월초 긴급 투입됐다.(이용호 기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사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한국방송은 ‘…정관용입니다’ 팀에 프로듀서 4명을 배치했다. ‘…SBS 전망대’는 4월 초 청취율 강화를 위해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에서 호평받고 있는 언론학자 정진홍씨를 진행자로 스카우트했다. 뉴스 생산과 특종 경쟁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SBS 전망대’에서는 지난해 병풍수사 당시 의혹 제기의 당사자인 김대업씨를 단독 인터뷰하기 위해 밤새도록 차를 몰고 대구로 달려가 호텔에 묵고 있는 김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사회부 사건 취재기자들의 경쟁에 버금가는 취재 행태인 셈이다. 무리수를 두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인터뷰 대상자가 중요인물이어서 겹치기 인터뷰 일정이 잡혔는데 경쟁 방송사가 우리 인터뷰를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인터뷰 시간을 늘리는 바람에 방송사고가 날 뻔했다”고 소개했다.

어쨌든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은 1995년 “텔레비전 출현 이후 라디오의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은 오락매체에서 민감한 정보시스템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올드 미디어’로 분류되는 라디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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