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뛰었어!”
등록 : 2003-05-21 00:00 수정 :
“아버지랑 함께 달리니까 참 든든하고 좋더라고요.”
지난 5월16일 열린 제2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km 단축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딴
강성화(33·시각장애 1급)씨는 ‘부자 마라토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7번 완주했고, 그의 아버지 강평원(68)씨도 2번이나 풀코스를 달린 경험이 있다. 부자는 매일 아침 함께 한강변을 달리며 이번 대회를 준비해왔다. 시각장애인 마라톤은 길을 안내하는 도우미와 짝을 이뤄 달린다. 50cm 길이의 끈으로 선수의 손목을 묶은 뒤 도우미가 그 끈의 한쪽 끝을 잡고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서 길을 안내한다. 둘의 호흡이 잘 맞아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의 도움을 받는 강씨는 행운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기록은 좋지 않았다. 풀코스를 5시간대에 주파했던 그가 ‘겨우’ 10km를 뛰면서 1시간4분이나 걸렸다. “제가 몸에 열이 좀 많아서 수분을 많이 보충해줘야 하는데 중간에 급수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원래 5km 정도 지나면 급수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는 타오르는 갈증을 참느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끝까지 노련하게 이끌어주셔서 완주할 수 있었죠.”
지난 14일 충남 천안에서 개막한 이번 대회는 17개 종목(장애등급에 따라 355개의 세부종목으로 분류)에 176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종합순위제를 처음으로 채택한 이번 대회에서 경기, 서울, 충남이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여느 장애인 대회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버렸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운가 보죠 경기 기간에 기자들 만나기도 어려웠어요.” 기자는 낯이 뜨거워져 인터뷰를 서둘러 마쳐야 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