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에 벽돌 하나를…
등록 : 2003-05-21 00:00 수정 :
5월24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서울 광화문 근처 나눔문화연구소를 찾아간다면, 당신은 베트남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베트남 음식과 차를 먹고 마시며 베트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수공예품을 살 수도 있다. 행사의 이름은 ‘영혼의 집짓기 벽돌하나’. 베트남 한국군 민간인 학살 지역의 묘지를 만들 비용을 모으기 위한 행사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작은 시민운동단체인 ‘나와 우리’의
김현아 (37) 대표와 ‘한국베트남청춘평화캠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15명의 회원들이다. 김현아 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을 했지만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단체들이 있다면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나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1998년 ‘나와 우리’를 시작했다. ‘나와 우리’ 회원들은 베트남과 교류와 민간인 학살 피해자 돕기, 평화운동, 버마민주화 지원 등의 활동을 해왔다.
매년 계속해온 ‘시민과 함께하는 베트남 답사’를 위해 이들이 지난해 찾아간 베트남 중부 쿠앙남성의 빈영 마을에서 만난 것은 벌판의 모래무지 위에 허술하게 만들어진 무덤들이었다. 베트남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35년 전 이곳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고,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었다. 허술한 무덤은 홍수에 몇번씩 훼손되기도 했지만 가난한 농촌마을 사람들은 번듯한 무덤을 만들 여력이 없었다. 김 대표는 “전쟁 뒤 처음으로 찾아온 한국 사람들에게 마을사람들은 묘지를 함께 조성해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어왔고, 우리는 이것만은 꼭 해주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모은 수익금으로 회원들은 7월3~12일 빈낭 마을을 찾아가 ‘영혼을 위한 집짓기’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묘지를 만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인들이 베트남에서 일어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는 일에 대해 좀더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번 이라크 파병 논란과 마찬가지로, 베트남 파병 때도 정부는 국익을 내세웠었다. 우리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우리 안의 야만에 대해 성찰하지 못한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02)747-3194 www.nawauri.or.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