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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재일조선인의 가슴 속’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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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5-2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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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옥(44)씨는 강심장이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서슴없이 말한다. 때로는 하루 수백통의 협박편지가 쇄도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심지어 ‘납치범의 공범’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생각한다. “나는 말할 책임이 있다”고.

인재육성 컨설팅회사인 ‘고가샤’(香科舍)를 운영하는 그는, 재일조선인 3세로서 성공한 기업인이다. 동시에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위해 가장 활발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펼치는 인물 중 한명이다. 그런 그가 지난 5월14∼17일에 ‘지구촌동포청년연대’(KIN)의 초청으로 한국에 다녀갔다. 5월16일 저녁엔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재일조선인의 통곡이 들리십니까’라는 제목으로 강연도 했다. 사회적 발언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9월17일 북-일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한 이후, 조선학교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신씨는 “9월17일 이후 두달 동안 집계된 것이 319건이었다”면서 “그 분위기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끔찍한 사례들을 이야기해준 그는, 지금이 흡사 외국인을 무작정 범죄자로 몰아붙이던 관동대지진 때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국 대사관쪽은 ‘조총련 계열 사람들이 표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건 너무 무책임하죠. 실제로 그 괴롭힘은 민단과 조총련을 구별하지 않아요.” 그는 “현재의 비극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아무런 코멘트도 안 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가 안심합니다. 북한은 적이고 한-일 동맹은 굳건하다면서 큰소리를 치지 않습니까.”

재일조선인들의 상황에 대해 한국 정부와 시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신숙옥씨. 소외된 땅에서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부조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던 격정을 모아 최근엔 <재일조선인의 가슴 속>(십년 후 간)도 펴냈다.

글·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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