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을 뜨면 곳곳에 역사와 삶의 흔적들… 아고산대 생태계 고스란히 간직
지리산은 백두대간에서 백두산과 마주하는 또 하나의 정점이다. 이런 지리적·풍수적 위치답게 많은 역사와 생명을 간직하고 있다. 사람들은 지리산을 수없이 찾지만 정작 지리산이 간직한 신비와 전설, 생태적 가치는 뒤로 한 채 그저 땅만 보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지리산에는 묘향대 이외에도 1000m 넘는 곳곳에 20여개소의 암자가 있다. 노고단에서 피아골로 넘어가는 질매재 어귀에 있는 문수암을 비롯해 영원암, 칠불암 등 여러 암자가 있다. 화엄사, 천은사, 실상사, 쌍계사 등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사찰의 말사들이거나 수백년 이어져온 토굴에서 유래된 곳이 많다.
지리산의 암자들은 산 속 깊은 곳에 수행처의 터전을 닦은 2천년 한국 불교의 공간적 원형이다. 이들 암자는 대부분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게 형성된 숲 속에 깊이 박혀 있고 등산로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등산객과 거리를 두고 참선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헬기와 같은 항공기로 능선이나 골짜기 등 산자락과 가까이에서 비행을 하면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수십개의 토굴에는 세상을 등지고 들어와 도를 닦는 수행자를 비롯해 산이 좋아 산 속에 살려고 자리를 잡은 산꾼들이 거주한다.
화전민의 유적도 그대로 있다. 세석평전에서 남부능선으로 2km가량 가면 음양샘이란 곳이 있다. 바위 사이에서 샘이 솟는 석간수다. 사시사철 넉넉한 수량을 자랑한다. 이곳이 바로 화전민들이 살던 곳으로 10여 가구가 넘는 화전민들이 마을을 형성했었다. 음양샘이 화전마을이었다는 가장 뚜렷한 증거는 돌절구다. 책상만한 바위에 원통형의 구멍을 파서 절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사람이 살았고 농경을 했다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인 셈이다.
수백년을 넘어 수천년 전 유적도 곳곳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골이다. 가야국의 마지막 임금이 무너지는 나라를 뒤로 하고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와 최후를 보냈다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골짜기다. 지리산에서 제일 험하다는 칠선계곡과 하류에서 만나는 계곡이 국골이다. 지금도 눈썰미가 예리한 주민들이나 스님들은 가야국 당시의 일부 흔적을 증언하고 있다.
문화역사와 함께 지리산을 다른 산과는 확연히 구분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연생태계다. 남한에서 백두대간의 자연생태계가 보여주는 절정의 현장도 지리산에는 다 들어차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고산대 생태계다. 고산초지와 고산침엽수림 지대가 대표적이다. 해발 1500m를 기점으로 나타나는 고산초지는 세석평전과 노고단에서 나타난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서도 온갖 희귀식물들이 관목과 풀꽃의 형태로 어우러져 있다. 녹지자연도(일정 토지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식생과 토지이용 현황에 따라 녹지공간의 상태를 등급화한 것) 기준으로 보면 개발제한과 보존을 요구하는 8등급을 넘어 10등급으로 평가받는 곳이 아고산대의 고산초지다. 고산침엽수림 지대는 해발 1300m 전후부터 나타나는 침엽수림 지대로 구상나무, 주목, 분비, 가문비 등이 서로 어우러져 펼쳐진 상록수림 지대를 뜻한다. 이 가운데서 특히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를 웅변하는 것이 가문비 군락이다. 가문비는 백두산에서 웅장한 숲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산침엽수로 해발 1600m 위의 지역부터 서식한다. 식물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상나무나 분비와 구분하기 어려운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한에서는 연구자료가 거의 없으나 북한에는 서식이나 생태에 관한 여러 자료가 있다. 남한에는 설악산, 계방산, 덕유산에 분포는 하지만 세곳 모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리산의 세석평전-천왕봉-중봉-하봉 일대에는 5만 그루 이상 분포하고 있다. 글·사진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사진/ 묘향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 능선. 우리가 지켜야 할 민족 정기와 자연환경이 무엇인가를 조용히 일러준다.
문화역사와 함께 지리산을 다른 산과는 확연히 구분되게 하는 것이 바로 자연생태계다. 남한에서 백두대간의 자연생태계가 보여주는 절정의 현장도 지리산에는 다 들어차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고산대 생태계다. 고산초지와 고산침엽수림 지대가 대표적이다. 해발 1500m를 기점으로 나타나는 고산초지는 세석평전과 노고단에서 나타난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서도 온갖 희귀식물들이 관목과 풀꽃의 형태로 어우러져 있다. 녹지자연도(일정 토지의 자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식생과 토지이용 현황에 따라 녹지공간의 상태를 등급화한 것) 기준으로 보면 개발제한과 보존을 요구하는 8등급을 넘어 10등급으로 평가받는 곳이 아고산대의 고산초지다. 고산침엽수림 지대는 해발 1300m 전후부터 나타나는 침엽수림 지대로 구상나무, 주목, 분비, 가문비 등이 서로 어우러져 펼쳐진 상록수림 지대를 뜻한다. 이 가운데서 특히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를 웅변하는 것이 가문비 군락이다. 가문비는 백두산에서 웅장한 숲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고산침엽수로 해발 1600m 위의 지역부터 서식한다. 식물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상나무나 분비와 구분하기 어려운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한에서는 연구자료가 거의 없으나 북한에는 서식이나 생태에 관한 여러 자료가 있다. 남한에는 설악산, 계방산, 덕유산에 분포는 하지만 세곳 모두 손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리산의 세석평전-천왕봉-중봉-하봉 일대에는 5만 그루 이상 분포하고 있다. 글·사진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