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바람, 그 환상의 호수
등록 : 2003-05-14 00:00 수정 :
올해 상반기 무용계는 <백조의 호수> 풍년이다. 지난달 스웨덴 안무가 마츠 에크의 쿨베리 발레단이 유머와 상상력으로 ‘도발’을 시작하더니, 이달 초엔 국립발레단이 정통 안무로 화답했다. 이제는 매튜 본이 이끄는 영국 AMP(Adventeres in Motion Pictures) 무용단의 공연이 남았다. 5월20일~6월1일 무대에 오를 AMP무용단의 <백조의 호수>를 손꼽으며 잠을 설치는 이들이 있다.
커뮤니티 웹사이트 싸이월드(www.cywordl.com)에서 ‘판타지 레이크’(Fantasy Lake)의 클럽짱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이주현(24)씨는 일찌감치 표를 석장 예매해 놓았다. “비록 아담 쿠퍼는 안 와도(이번엔 스페인 무용수 헤수스 패스토어 등 세명이 돌아가며 출연한다) 꿈에도 잊지 못하던 <백조의 호수>인데 세번은 봐야죠.” 동호회원들끼리 AMP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의견도 분분하다. “얼굴에 하얀 페인트로 백조 분장을 하고 갈까, 공연 뒤 장미꽃을 던질까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어요.”
이씨는 2년 전 DVD로 <백조의 호수>를 처음 보고, 오데트 역을 맡은 아담 쿠퍼에게 ‘맛이 갔다’. 힘찬 도약으로 무대를 사로잡는 백조의 몸짓은 이제까지 클래식 발레에서 보던 가냘픈 백조 공주와는 너무 달랐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DVD나 자료는 다 찾아봐도 성이 차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털어 영국행 비행기를 두번이나 탔다. 올해 초엔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일본으로 날아가 AMP의 <백조의 호수>를 2차례 관람했다.
‘판타지 레이크’는 AMP무용단과 아담 쿠퍼의 팬클럽에 가깝지만 “문화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쓸쓸함을 달래는 곳”이라는 이씨의 설명대로 70명의 동호회원들이 영화·오페라·애니메이션 등 각종 장르를 함께 관람하며 얘기를 나누는 곳이다. 한달에 두어번 오프라인 모임에서 DVD 상영회를 연다.
고고미술사가 전공인 이씨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무용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직접 추든, 남의 춤을 보든 ‘춤바람’은 확실히 무섭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