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 : 2003-05-14 00:00 수정 :
“어떻게 나에게 묻지도 않고 장기기증을 생각했느냐.” 아내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남편의 운전면허증이 문제였다. 면허를 받을 때 ‘뇌사하면 모든 장기를 기증하겠느냐’고 묻기에 ‘예스’라고 했더니, 운전면허증에 ‘기증자’(Donor)라는 글자가 찍혀나온 것이다. 아내가 섭섭해한 것은 그 표시 때문이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1994년 미국 유학시절 겪은 일이다.
남 의원은 몇년 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존 큐>라는 영화를 보던 남 의원은 그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심장병인 아들의 장기이식을 위해 인질극을 벌이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투쟁을 다룬 이야기였다. 그는 곧 여야의원 20명한테서 동의서를 받아 지난 4월27일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을 때 장기기증 의사를 면허증에 표시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3월 현재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1만명을 웃도는 실정입니다. 이에 비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20여명에 불과하지요. 기증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실정입니다.”
남 의원이 운전면허증에 기증의사를 표시하는 법안을 낸 것은 현재의 이식 절차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장기이식에는 가족 또는 유족 두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또 본인이 생전에 장기기증의 뜻이 있었더라도 자필로 서명한 문서가 있어야 한다. 장기이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건 바로 이런 복잡한 절차 탓이 크다. 따라서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하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게 남 의원 판단이다.
“이 법안으로 장기기증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유진 기자/ 스카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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