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술 취한 20대 청년 두명이 정류장을 무정차 통과한 시내버스를 뒤쫓아가 60대 운전기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 그것이다. 사건이 ‘가정의 달’ 시작과 함께 일어난 점, 아버지뻘 운전기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 출근길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일어나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술에 취해 홧김에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라는 가해자의 진술이다. ‘음주’로 인한 폐해가 그 위험수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음주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음주운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행인들, 음주에 의한 가정폭력과 결손가정 발생, 취객들의 파출소 행패, 정신병원에 넘쳐나는 알코올 중독자들, 과소비와 계층간 위화감, 주류판매를 둘러싼 ‘암흑가’의 음모와 뒷거래 등 열거하기도 숨이 찰 정도다. 세계 1위의 양주 수입국, 세계 7위인 국민 1명당 위스키 소비량도 달갑지 않은 통계수치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의 새싹들이 음주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결과, 18살 미만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이 한달에 한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고, 한달에 10차례 이상 술을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도 2.1%나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술을 마신 뒤 하는 행동으로 외박(67.2%), 폭력행동(30.2%), 성관계(14.3%) 등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은 조사결과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집단가무’와 ‘막걸리’를 즐겨온 민족문화 탓인지 현재의 우리 음주행태를 우려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고인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금연운동이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담배가 주위 사람에게 간접흡연이라는 피해를 주기는 하지만 흡연자 본인의 피해로 귀결되는데도 말이다.
술은 음주자 본인은 물론이고 이웃에게 더 많은 피해를 주고 사회적 병폐를 낳기 때문에 ‘악의 축’으로 분류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도 금주운동이 벌어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고,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 수준의 캠페인도 시들하게 끝나기 일쑤다.
우리가 ‘술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버스 운전기사 폭행치사 사건을 계기로 국민운동 차원의 금주운동이나, 최소한 절주운동이라도 벌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겨레21 편집장 배경록 peace@hani.co.kr

사진/ 한겨레 이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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